유소년 팬은 줄고 50대가 주된 팬인 MLB의 위기

유소년 팬은 줄고 50대가 주된 팬인 MLB의 위기

입력 2015-04-07 02:42
업데이트 2015-04-07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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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역사 덕분에 미국에서 삼대(三代)가 모여 오순도순 얘기를 나누는 스포츠로 사랑을 누려온 미국프로야구(MLB)가 위기에 직면했다.

미래의 주된 팬층을 이룰 유소년 팬은 계속 줄고, 현재 주된 시청자층은 50대로 고령화에 접어든 탓이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가 MLB 내셔널리그의 140번째 정규리그 개막에 즈음해 6일(현지시간) 전한 내용을 보면, 야구팬의 노령화는 다른 스포츠와 비교해 급속도로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TV 시청률 조사 기관 닐슨의 자료에 따르면, TV로 MLB를 지켜보는 팬의 50%는 55세 이상으로 10년 전 41%보다 9%포인트나 증가했다.

MLB, 미국프로농구(NBA), 미국프로풋볼(NFL)을 중계하는 스포츠전문 매체 ESPN의 시청률 조사를 봐도 MLB 팬의 평균 연령은 53세로 NFL(47세), NBA(37세)보다도 높았다.

이에 반해 야구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은 급속도로 낮아졌다.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 스타 30명을 젊은 팬에게 묻는 ESPN의 연례 조사에서 올해에는 MLB 스타가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10년 전만 해도 6∼17세 야구팬이 포스트시즌 시청자 비율에서 7%를 차지했으나 최근 2∼3년 사이 4%로 감소한 것도 MLB 사무국에 위기감을 안겼다.

유소년의 야구에 대한 관심 하락은 직접 야구를 하는 아이들의 감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미국리틀야구협회는 1990년대 300만명 육박하던 회원 수가 2년 전 240만 명으로 줄었다고 발표했다. 감소 추세가 이어지는 탓인지 협회는 이후 회원 수 발표를 중단했다.

리틀 야구팀 선수 선발 때 글러브를 끼어보지도, 방망이를 휘둘러보지도 않은 어린이들이 지원하는 것도 과거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저렴한 가격에 비슷한 실력을 지닌 어린이들이 함께 야구를 즐기는 리틀 야구 대신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보다 전문적으로 배워 장차 빅리그로 성장하고자 하는 선수들이 가입하는 ‘트레블 볼’(travel ball)이 인기를 끄는 것도 전반적인 유소년 팬의 감소 현상과 직결된다.

전문적인 수업과 실전을 강조하는 트레블 볼은 리틀 리그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돈을 가입비로 받는다.

이는 흑인과 백인 간의 빈부 격차를 그대로 반영해 MLB에서 흑인 선수의 소멸로 이어진다.

실제 1986년 MLB 전체 선수의 19%에 달하던 흑인 선수는 지난해 8%로 크게 줄었고, 미국대학스포츠(NCAA) 1부리그 야구팀의 흑인 선수는 고작 2.6%에 불과하다.

장학금을 더 많이 주는 미식축구와 농구로 종목을 바꾸는 흑인 선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캐치볼을 하는 아이들이 줄어드는 현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MLB 사무국은 유소년 팬을 확충하고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프로야구 산업은 지난 20년간 해마다 수익 신기록을 세울 정도로 양정 팽창을 거듭했지만, 산업을 지탱할 미래의 팬이 사라지는 현실은 외면해왔다.

올해부터 새로 MLB 사무국을 지휘하는 롭 만프레드 커미셔너는 야구가 지루하다는 인상을 유소년 팬에게 주지 않고자 정규리그에서 경기 시간 촉진룰(스피드업)을 강력하게 시행하는 등 속도와 디지털을 중시하는 유소년들의 경향을 중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야구 산업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위스콘신대학 경제학자인 마이클 호퍼트는 “NFL의 경기 시간이 MLB보다 때로는 길지만 지루하다고 불평하는 이들은 적다”면서 “MLB 사무국이 경기 시간을 조절하기보다 유소년들의 야구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게 먼저”라고 지적했다.

그는 MLB의 내용이 더 공격적이라면 그들의 시선을 붙잡을 수 있다면서 마운드 높이를 낮추거나 수비 시프트와 투수 교체를 제한하면 공격 야구가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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