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이 흔들리자 김진욱 두산 감독이 내민 카드는 프로 2년차 우완 윤명준이었다.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4차전이 열린 28일 서울 잠실구장.

2-0으로 승리를 눈앞에 뒀으나 1사 만루에서 정재훈이 삼성 정현에게 희생플라이를 내줘 1-2로 쫓기자 윤명준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현재 두산 불펜 투수 중 가장 안정적인 공을 던진다던 그는 삼성의 최고참이자 6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에 도전하는 베테랑 진갑용과 마주했다.

초구 바깥쪽 시속 140㎞짜리 직구를 볼로 던진 그는 2구째에는 시속 144㎞짜리 빠른 공을 진갑용의 몸쪽에 꽂았다.

1루 주자 박한이가 2루를 훔쳐 2사 2,3루 역전 위기에 몰린 윤명준은 오로지 진갑용과의 대결에만 집중했다.

3구째에 진갑용의 방망이가 힘껏 돌았다.

빗맞은 타구는 2루를 향해 힘없이 굴렀다. 진갑용이 발 빠른 주자라면 1루에서 살 수도 있었으나 유격수 손시헌의 총알 송구 탓에 1루에 채 발이 닿기도 전에 경기가 끝났다.

윤명준의 천금 같은 세이브를 발판삼아 두산이 12년 만에 KS 정상 정복에 성큼 다가섰다.

KS 4경기에 모두 나선 윤명준은 2⅔이닝 동안 1실점(비자책점)만 해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하며 두산 최후의 보루 노릇을 톡톡히 했다.

구속은 빠르나 제구가 불안한 홍상삼, 제구는 안정적이나 볼에 힘 떨어진 정재훈을 대신해 윤명준은 사실상 두산의 마무리로 뒷문을 잠그고 있다.

그는 연장 13회 접전 끝에 5-1로 이긴 25일 KS 2차전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1-1로 팽팽히 맞선 1사 3루의 끝내기 고비에서 등판해 최형우, 채태인을 연속 볼넷으로 걸러 만루를 채운 뒤 이승엽에게 몸쪽 직구를 던져 홈에서 선행 주자를 잡아내며 급한 불을 껐다.

대타 우동균마저 유격수 뜬공에 그치면서 삼성의 2사 만루 끝내기 찬스는 물거품이 됐다.

두산이 연장 13회 대거 4점을 뽑아 극적인 승리를 거두는 데 발판을 놓은 윤명준은 이 경기를 통해 한 차례 성장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팀을 구해낸 이 경험이 KS 4차전에서도 빛을 발했다.

지난해 1군 3경기에서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20.25를 남긴 윤명준은 올해 1군에 본격 가세해 4승 1패 4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점 4.00을 올리고 불펜에서 힘을 보탰다.

묵직한 직구와 슬라이더와 커브의 복합 구종인 슬러브를 잘 던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