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오픈, 니시코리에 분패
4세트 3-0 리드 중 우천 연기역전승 가능한 상승세에 ‘제동’
적어도 이날만큼은 하늘은 정현(세계랭킹 67위)이 아니라 니시코리 게이(세계랭킹 9위·일본)의 편이었다. 정현은 ‘아시안 톱 랭커’ 니시코리를 역전패 수렁 직전까지 밀어 넣고도 야속한 비 때문에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지난 3일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에서 펼쳐진 정현-니시코리의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3회전. 1, 2세트는 니시코리가 가져갔으나 타이브레이크 끝에 정현이 3세트를 7-4로 이기면서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4세트 정현은 니시코리의 게임을 거푸 브레이크하면서 게임스코어 3-0으로 달아났다. 평정심을 잃은 니시코리는 라켓을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라켓이 심하게 휘어질 정도였다. 더욱이 그는 허리 통증을 이유로 메디컬 타임까지 요청했다. 그대로라면 정현의 역전승도 점쳐칠 만했다.
바로 그때 경기장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필요했던 니시코리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호재였다. 결국 비가 그치지 않아 세트스코어 1-2, 게임스코어 3-0에서 게임을 4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체력이 떨어진 탓에 특히 백핸드 샷의 정확도가 크게 저하됐던 니시코리로서는 체력을 추스르기 위한 하룻밤을 벌 수 있었던 셈이다. 반면 정현은 한창 가파르게 치고 올라가던 상승세에 제동이 걸려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하루 뒤 결과는 니시코리의 3-2(7-5 6-4 6<4>-7 0-6 6-4) 승리였다. 재개된 4세트를 포기해 ‘베이글 스코어’로 내준 니시코리는 5세트 남은 힘을 짜내 정현을 물리쳤다. 정현은 게임 2-5로 뒤지다 연달아 두 게임을 따내 승부를 원점으로 끌고 가는 듯했지만 이어진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 매치 포인트에 몰렸고 아쉬운 더블폴트로 쓴잔을 들어야 했다.
정현은 경기를 마친 뒤 “처음 메이저대회 3회전에 올라 좋은 경험을 했다”며 “니시코리는 5세트 흔들릴 만한 상황에서도 전혀 그런 모습을 내보이지 않았다. 이런 점을 배우고 더 경험을 쌓아 다른 메이저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세계랭킹도 우선 50위권에 드는 것이 목표”라고 각오를 밝혔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2017-06-0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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