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을 유임시키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책임론에 대해서는 공감하나 홍 감독은 계속 신뢰하고 지지하기로 결단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허 부회장은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협회와 홍 감독에게 쏟아지는 질책을 모두 달게 받고 겸허히 수용하겠다”면서도 “다만 이 상황이 홍 감독 개인의 사퇴로 매듭지어지는 것은 최선의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홍 감독이 선수로서 또한 감독으로서 한국 축구에 남긴 발자국의 깊이와 선사한 기쁨, 희망을 잘 아실 것”이라면서 “비록 2014 브라질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목표로 했던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으나 이번 실패를 교훈삼아 아시안컵에서 대표팀 잘 이끌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사상 최악의 성적을 거둔 것과 관련해 ‘홍 감독이 아니라면 협회에서 누가 책임을 지느냐’는 취지의 질문이 수차례 나왔으나 허 부회장은 “지켜봐 달라” “개선 방법을 찾겠다”는 등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홍 감독은 어떤 책임을 지게 되느냐’는 질문이 끈질기게 나오자 허 부회장은 “홍 감독은 그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느끼고 반성하고 실패 원인을 연구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한 계획에 대해서는 “18∼23세 연령의 젊은 선수의 기량을 발전시키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찾겠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허 부회장과의 일문일답.

-- 이번 월드컵 결과와 관련해 협회에서 자리를 걸고 책임을 지는 인사는 없나.

▲ 어떤 책임을 져야 할지는…. 대표팀 감독이 그만 둔다고 책임지는 것은 아니다. 잘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 이번 대회 준비 과정부터 끝날 때까지의 과정을 세밀하게 분석중이다. 그 결과를 토대로 분석하고 거기에 대한 대책 세우고 개선 방법을 찾겠다.

-- 일단 협회는 홍 감독에게 책임을 안 묻겠다는 건데 그렇다면 누가 책임지나.

▲ 책임론으로 자꾸…. 꼭 누가 책임진다는 것보다는 아직 정확한 분석이 나오지 않았다. 나도 단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모든 상황을 정확하게 분석한 뒤에 최선의 방법을 따지는 게 최선이다. 지금까지는 감독 한 명이 모든 책임을 졌는데 이런 식으로 우리 축구가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물론 책임을 질 것은 져야한다.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우선적으로 모색하겠다.

-- 홍 감독을 재신임 했다. 그렇다면 월드컵 실패에 대한 그 어떤 책임도 감독에게 묻지 않는다는 것인지.

▲ 감독의 책임 얘기가 나오는데 깊이 공감한다. 전면적으로 다 검토하고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책임을 지겠다. 대한민국 축구 발전을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이냐가 중요하다.

-- 홍 감독은 어떤 책임을 지나.

▲ (홍 감독이)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느끼고 반성하고 실패 원인을 연구하고 있다. 한 번 실패했다고 책임지고 물러나면 그것도 문제다. 홍 감독에게 큰 교훈이 될 것이고 한국 축구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 실패이유를 분석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그 작업이 끝난 뒤 유임 여부를 결정하는 게 맞지 않나.

▲ 홍 감독의 거취 문제를 국민과 언론이 궁금해했기 때문에 빠른 시일 안에 정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대책에 대해서는 면밀하게 분석하는 작업을 이미 해오고 있다.

-- 프로팀을 맡거나 어려움을 해쳐나가 본 적이 없는 홍 감독을 사령탑에 앉힌 협회는 문제가 없는 것인지.

▲ 우리 축구 사상 올림픽 동메달을 딴 감독이 (홍 감독 말고는) 없었다. 저도 2000 시드니 올림픽 때 예선 탈락한 감독이지만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저는 프로팀도 해보고 많은 경험을 해봤지만 올림픽에서는 성공 못했다. 홍 감독은 이번 월드컵을 귀중한 경험으로 생각하고 비판을 겸허히 수용한다면 발전할 수 있는 지도자가 될 것이다.

-- 홍 감독이 사퇴를 표명했다고 했는데.

▲ 처음에 사퇴 의사를 내비쳤지만 정몽규 회장이 면담해 설득한 결과 홍 감독이 앞으로 한국 축구 위해 책임감을 갖고 헌신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 단장으로 참가했는데 실패 이유가 뭔가.

▲ 준비 기간이 비교적 짧았다. 모든 면에서 미흡한 점도 많았고 준비 상태도 부족했다. 지원 분야에서는 종합적으로 자료 검토하면 문제점이 명확히 나타날 것이다. 경기력에 대해서는 미흡한 점이 많았다. 반성하고 있다.

-- 홍 감독 유임설이 제기된 배경에는 대안이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

▲ 대안이 없어서 홍 감독을 막무가내로 세운 것은 아니다. 앞으로 각급 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해서는 좀 더 시야를 넓혀서 인재 풀을 찾아볼 계획이다. 미리미리 준비하고 대비하는 정책을 준비중이다.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 시간을 가지고 지켜봐 달라.

-- 협회는 러시아 월드컵 위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 2014 인천 아시안게임과 호주 아시안컵이 단기적 계획이라면 2016 브라질 올림픽과 러시아 월드컵은 중장기 계획에 들어갈 것이다. 어떻게 해야 유소년을 효과적으로 육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중이다. 특히 18∼23세 나이대 선수들이 기량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틀이 마련돼있지 않다.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