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돈 아닌 열정 택했다

박찬호, 돈 아닌 열정 택했다

입력 2011-12-20 00:00
업데이트 2011-12-2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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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입단하며 파격적인 ‘기부계약’

‘코리안 특급’ 박찬호(38)가 파격적인 ‘기부 계약’ 형식으로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에 입단했다.

박찬호는 20일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약에 정해진 최저 연봉인 2천400만원만 받고 고향팀인 한화의 유니폼을 입기로 했다.

팀의 에이스인 류현진의 몸값에 맞춰 박찬호에게 총 6억원(연봉 4억원·옵션 2억원)을 주려 했던 한화는 박찬호의 뜻에 따라 이 돈을 유소년·아마추어 야구 발전 기금으로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2천400만원은 내년에 뛸 선수로 KBO에 등록할 때 보장하는 최소 연봉이다.

따라서 프로 19년 차인 박찬호로서는 사실상 무보수로 뛰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그간 거액의 연봉 계약에 성공한 선수들이 일부를 떼어내 모교 발전기금이나 유소년 야구 성금을 기탁한 사례는 종종 있었다.

그러나 이번처럼 기부에 초점을 맞춰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선수는 박찬호가 처음이다.

미국과 일본의 프로야구 무대에서 활약하면서 18년간 1천억원 이상을 번 ‘억만장자’ 박찬호가 말 그대로 대의를 취하면서 통큰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인의 기상을 알렸던 대투수답게 명예롭게 처신했다는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한화에서 선수 생활의 마침표를 찍겠다고 선언한 박찬호는 한국프로야구 데뷔를 앞두고 줄곧 돈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KBO는 지난 13일 열린 이사회에서 박찬호에게 신인 드래프트를 거치지 않고 내년부터 곧바로 1군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전격적으로 길을 터줬고, 박찬호는 ‘통 큰’ 기부로 자신을 받아준 야구계에 화답했다.

박찬호는 지난해에도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펄로스와 1년간 연봉 120만 달러, 옵션 100만 달러 등 총 220만 달러에 계약하면서 투구이닝당 10만원씩 오릭스가 한국의 복지재단에 기부금을 내달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또 오릭스 구단이 한국 유소년 야구발전기금을 부담하도록 하는 등 기부 운동에 앞장섰다.

1994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서 데뷔해 2010년 피츠버그에서 뛸 때까지 메이저리그에서 17년간 아시아투수 역대 최다승인 124승을 거둔 박찬호는 이미 20대 중반에 백만장자, 30대 초반에 억만장자의 반열에 올라 윤택한 환경에서 현역 생활을 이어왔다.

박찬호가 내년에 손에 쥘 2천400만원은 메이저리그 데뷔 첫해 받았던 연봉(10만9천 달러)보다도 훨씬 적어 그의 야구 인생에서 최소 연봉에 해당한다.

작년 오릭스에서 받았던 120만 달러에 비춰봐도 연봉이 무려 50분의 1로 줄었다.

그러나 한화에서 성공적으로 현역 생활을 마무리하겠다는 박찬호의 열정이 워낙 컸기에 몸값을 정하는 일은 입단 협상 과정에서 아무런 변수가 되지 못했다.

1998년 15승9패를 올린 박찬호는 26세가 되던 이듬해 전년 연봉(70만 달러)보다 200% 이상 뛴 230만 달러를 받음으로써 처음으로 연봉 100만 달러를 돌파했다.

2002년에는 자유계약선수(FA)로 텍사스 레인저스와 5년간 6천500만 달러라는 메가톤급 계약에 사인했고, 이후 평균 연봉이 1천300만 달러까지 수직상승했다.

박찬호가 가장 많은 돈을 받았던 해는 2006년으로 1천550만 달러를 연봉으로 손에 쥐었다.

◇박찬호 연봉 추이

┌───┬──────────┬────────────────────┐

│연도 │소속 │연봉 │

├───┼──────────┼────────────────────┤

│1994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10만9천달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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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 │〃 │11만4천달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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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 │〃 │12만4천달러 │

├───┼──────────┼────────────────────┤

│1997 │〃 │27만달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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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 │〃 │70만달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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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 │〃 │230만달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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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 │385만달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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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 │990만달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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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텍사스 레인저스 │688만달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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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 │1천300만달러 │

├───┼──────────┼────────────────────┤

│2004 │〃 │1천400만달러 │

├───┼──────────┼────────────────────┤

│2005 │〃 │1천500만달러 │

│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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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샌디에이고 │1천550만달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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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뉴욕 메츠 │60만달러(옵션 240만달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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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50만달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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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필라델피아 필리스 │250만달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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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뉴욕 양키스 │120만달러 │

│ │피츠버그 파이리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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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일본 오릭스 버펄로스│120만달러(옵션 100만달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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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한국 한화 이글스 │2천400만원(연봉·옵션 총 6억원은 기부) │

└───┴──────────┴────────────────────┘

※미·일 통산 18년 총액 = 약 8천875만 달러(1천40억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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