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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블로그] 꼭 밝혀야 할 이태원 살인 진범… 꼭 지켜야 할 무죄 추정의 원칙

[현장 블로그] 꼭 밝혀야 할 이태원 살인 진범… 꼭 지켜야 할 무죄 추정의 원칙

송수연 기자
송수연 기자
입력 2015-09-30 22:58
업데이트 2015-10-01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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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된 미국인 아서 존 패터슨(36)이 지난 23일 한국에 강제 소환됐습니다. 1997년 4월 이태원의 한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대학생 조중필(당시 22세)씨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 지 18년 만입니다.

유력한 용의자였던 패터슨은 1999년 미국으로 도주해 16년간 한국의 수사망을 피하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습니다. 이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까지 만들어졌습니다. 그런 그가 소환되니 여론이 들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온갖 비난이 쏟아졌고, 이미 패터슨은 여론재판에서 살해범으로 유죄 판정을 받은 듯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사석에서 만난 부장판사는 패터슨에 대한 ‘무죄 추정의 원칙’을 언급했습니다. 그는 “아직 재판을 받기 전인데 일부 언론에서 패터슨에 대해 ‘뻔뻔하다’고 표현하는 등 지나치게 앞서 재단하는 모습은 우려스럽다”고 했습니다.

‘역지사지’를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세요. 용의자로 지목된 한국인이 미국에서 재판을 받기도 전에 이런 처지에 놓인다면 그 나라의 법과 절차를 신뢰할 수 있을까요.” 엄연히 법에서 정한 절차가 있는데도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냐는 얘기였습니다.

부장판사의 우려는 ‘국적과 성별, 나이, 재산의 유무 등 어떤 조건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법이 적용돼야 한다’는 원칙과 맞닿아 있습니다. 헌법 제27조 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원칙이 흔들리면 누구든 억울하게 누명을 쓰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패터슨의 첫 재판이 오는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립니다. 이번 만큼은 법에서 정한 ‘원칙과 절차’에 따라 18년간 묻혔던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대합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2015-10-0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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