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전달자·목격자 증언 잇따라… 허태열·홍문종도 수사 대상에… 시효지난 김기춘 확인 나설 듯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숨지기 직전 경향신문과 나눈 인터뷰 전문이 공개되면서 검찰 안팎에서는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추정) 부산시장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전망이 16일 나오고 있다. 성 전 회장이 직접 작성한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도 불구하고 인터뷰에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수사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것이다.당초 검찰은 현 정권 실세 8명의 이름 등이 적힌 메모지만 갖고서는 수사를 시작하기 힘들다고 봤다. 하지만 경향신문이 메모지를 뒷받침하는 성 전 회장과의 생전 인터뷰를 조금씩 공개하자 검찰은 인터뷰 전체 내용을 확보하는 데 노심초사했다. 인터뷰 내용이 메모지 내용을 보완해 주며 수사에 힘을 실어 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실제 메모지에는 이름만 적혀 있던 이완구 국무총리도 인터뷰에서 시기와 장소, 액수 등이 언급돼 의혹의 핵심으로 급부상했다.
이에 따라 메모지에 이름만 적힌 이 실장이나 이름과 함께 3억원이라는 액수가 적힌 유 시장, 이름은 없고 직함과 액수(2억원)가 적힌 서 시장 모두 인터뷰에서 추가 내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이 실장은 금품 수수 관련 내용은 없었다. 유 시장은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서 시장의 경우도 장소나 시기, 전달 방법 등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다. 금품 수수 사건에서 공여자가 사망한 경우 혐의를 입증하기가 매우 힘든데, 이 실장 등은 사망한 공여자가 남겨 놓은 진술이나 물증조차 불완전하기 때문에 의혹 규명은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강서구 재력가 피살 사건에서도 금품 전달 정황을 상세하게 기록한 장부가 발견됐지만 이를 진술로 뒷받침해 줄 공여자는 이미 사망했기 때문에 정·관계 로비 후속 수사가 제대로 이어지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실장 등에 대한 의혹은 변죽만 울리고 사실상 수사가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2015-04-17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