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성폭력 피해 이주여성에 혼인 취소 판결은 부당”

“성폭력 피해 이주여성에 혼인 취소 판결은 부당”

입력 2014-11-17 00:00
업데이트 2014-11-17 15:41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등 전주지법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시아버지에게 강간당한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이 과거 출산 경험을 남편에게 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혼인무효 판결을 받은 사건을 놓고 법원의 판결이 부당하다며 항의하고 나섰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전국 50여 개 이주·여성 단체들과 함께 17일 오전 전주지방법원 앞에서 ‘성폭력 피해 이주여성에 대한 혼인취소 판결의 부당함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전주지방법원은 지난 6월 24일 남편 김모(39) 씨가 베트남 여성 A(24) 씨를 상대로 제기한 혼인무효 소송에서 남편의 손을 들어줘 혼인을 취소하고 A씨가 남편에게 위자료 8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가 남편과 결혼하기 전 베트남에서의 출산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남편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A씨는 13세이던 2003년 납치·감금·강간 피해를 겪고 임신해 어쩔 수 없이 출산한 사실이 있으며, 2012년 4월 결혼중개업체를 통한 김 씨와의 결혼 당시 이를 말했지만 통역을 거치며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전했다.

A씨의 불행은 한국에서도 이어졌다. 지난해 1월 남편의 계부인 시아버지에게 강간을 당해 성폭력 피해자로 이주여성쉼터에 입소했다. 가해자인 시아버지는 강간죄로 지난해 11월 징역 7년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하지만, 남편 측은 시아버지의 성폭력 사건에 대한 소송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8월 A씨가 과거 출산 경험을 결혼 전에 얘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혼인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지난 6월 1심 판결에서 남편의 손을 들어줬고, A씨가 항소해 17일까지 3차 변론이 이뤄졌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결혼할 당시 A씨가 중개업체를 통해 아이를 낳은 적이 있다고 말했지만 남편에게 전달되지 않았으며, 남편이 지적 장애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 역시 A씨에게 전달되지 않았다”면서 “중개업에 의한 국제결혼이 1주일 정도의 짧은 기간에 속성으로 이뤄지는 까닭에 중요한 정보들이 제공되지 않는 점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1심의 혼인 취소 판결은 시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해 결혼관계가 끝장난 여성에게 13세 때의 납치와 성폭력, 그로 인한 출산 경험을 따져 물으며 베트남으로 돌려보내자는 것이며 이는 결코 일반적인 사회 통념과 정의로운 법의 정신과도 합치되는 판결이라고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2심 재판부가 1심 판결의 취소를 결정해 이 베트남 여성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포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내가 바라는 국무총리는?
차기 국무총리에 대한 국민 관심이 뜨겁습니다. 차기 국무총리는 어떤 인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통령에게 쓴 소리 할 수 있는 인물
정치적 소통 능력이 뛰어난 인물
행정적으로 가장 유능한 인물
국가 혁신을 이끌 젊은 인물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