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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일 만에 외압에 무너진 ‘檢 독립’

180일 만에 외압에 무너진 ‘檢 독립’

입력 2013-10-01 00:00
업데이트 2013-10-0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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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총장 퇴임식 안팎

검찰의 정치적 독립과 중립을 갈망했던 채동욱(54·사법연수원 14기) 전 검찰총장의 꿈이 180일 만에 ‘혼외 아들 의혹’과 외압에 의해 무너졌다. 채 전 총장은 조선일보를 상대로 한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취하하고 유전자 검사 뒤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혼외 아들 의혹’으로 취임 6개월 만에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나게 된 채동욱 검찰총장이 3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퇴임식을 가진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혼외 아들 의혹’으로 취임 6개월 만에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나게 된 채동욱 검찰총장이 3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퇴임식을 가진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채 전 총장은 30일 오전 열린 퇴임식에서 “불편부당하고 공정한 검찰, 정치적으로 중립된 검찰, 실력 있고 전문화된 검찰, 청렴하고 겸허한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고자 했다”며 미완의 검찰 개혁을 안타까워했다. 채 전 총장은 취임 이후 정치적 중립 논란을 야기했던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한 검찰개혁심의위원회 구성 등의 검찰 개혁을 통해 무너졌던 검찰 조직을 제대로 추슬렀다는 평가를 받았다. 채 전 총장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 공정성은 반드시 실천해야 할 핵심 가치이며 국민 신뢰의 출발점”이라면서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쳐 의연하게 나아가면 반드시 ‘국민이 원하는 검찰’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사퇴의 계기가 된 국가정보원 대선·정치 개입 사건을 비롯해 원자력발전소 비리 사건, 이재현 CJ그룹 회장 탈세 사건 등 굵직한 사건들을 이끌었던 소회도 털어놨다. 채 전 총장은 “6개월 전, 저 스스로 방파제가 되어 외부의 모든 압력과 유혹을 막아 내겠다는 약속을 드렸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저의 모든 것을 걸고 약속을 지켰다”면서 “나오는 대로 사실을 밝혀 있는 그대로 법률을 적용하는 자세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채 전 총장은 ‘혼외 아들 의혹’과 관련해서는 “최고의 가장은 아니었지만 부끄럽지 않은 남편과 아빠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며 의혹이 사실무근이라는 기존 입장을 에둘러 표현했다.

자연인 신분이 된 채 전 총장은 혼외 아들 의혹과 관련해 “유전자 검사를 조속히 실시한 뒤 의혹을 제기한 조선일보를 상대로 보다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채 전 총장은 “(소송이 진행되면) 장기간 법정에서 끊임없는 진실 공방과 근거 없는 의혹 확산만 이뤄질 것”이라며 “이미 형언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을 겪은 가족들에게 이를 감내하게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법정 공방 과정에서 나올 각종 의혹들에 앞서 진실 규명의 핵심 관건인 유전자 검사를 선행해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채 전 총장의 변호를 맡은 신상규 변호사는 “채 전 총장은 임모씨의 소재가 파악되는 대로 유전자 검사를 실시해 (의혹을) 한 번에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이날 TV조선은 혼외 아들 의혹 당사자인 임모(여·54)씨 집에서 4년 7개월간 가정부로 일했다는 이모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채 전 총장이 아빠 자격으로 임씨 집에 드나드는 것을 모두 지켜봤다”는 내용을 보도해 의혹을 더욱 확산시켰다. 이와 관련해 채 전 총장은 변호인을 통해 “엉뚱한 사람과 착각했는지 모르지만 전혀 사실무근이다. 사실무근의 전문 진술들을 동원해 더 이상 의혹이 진실인 것처럼 호도하지 말라”면서 “TV조선도 유전자 검사 뒤 강력하게 법적 조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와 TV조선에 대해 민사상으로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고 형사상으론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겠다는 것이다.

5개월여 만에 수장을 잃은 검찰 분위기는 침통했다. 채 전 총장의 퇴임식에서는 일부 눈물을 훔치는 검사들도 있었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는 “총장직에서 물러난 만큼 제기된 의혹에 대한 진실을 규명해 모든 걸 바로잡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방의 한 평검사는 “소신 있게 일하려는 총장을 이런 방법으로 내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앞으로 눈치를 보지 않고 수사할 검사가 있을지 걱정된다”고 안타까워했다. 한 차장급 검사는 “내부적으로 뒤숭숭한 조직의 분위기를 추스르고 다시 할 일을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13-10-0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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