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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가기 싫다고 떼쓴 아이 억지로 보냈는데…”

“그날 가기 싫다고 떼쓴 아이 억지로 보냈는데…”

이창구 기자
이창구 기자
입력 2017-05-10 22:42
업데이트 2017-05-10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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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한인 유치원 버스 화재 참사

“차가 너무 뜨거워” 말한 아이도
중국인들 도움 안 줬단 지적에 中 “어두워 구조 어려웠다” 반박
시진핑·리커창 “사고 처리 만전”

한국 교민 2만여명이 모여 사는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는 지난 9일 발생한 유치원 차량 화재 참사로 깊은 슬픔에 잠겼다. 희생된 아이들이 사고 당일 아침 유독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떼를 썼던 일들이 알려지면서 애통함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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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 타오자쾅 터널에서 발생한 유치원 차량 화재 참사 유가족들이 10일 침통한 표정으로 사고 현장에 꽃을 놓고 있다. 9일 웨이하이 중세한국국제학교 유치원생을 태우고 터널에 진입한 통학버스에서 교통사고에 이은 화재가 발생해 유치원생 11명(한국인 10명 포함)과 운전기사 1명이 숨지는 참극이 발생했다. 웨이하이 AFP 연합뉴스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 타오자쾅 터널에서 발생한 유치원 차량 화재 참사 유가족들이 10일 침통한 표정으로 사고 현장에 꽃을 놓고 있다. 9일 웨이하이 중세한국국제학교 유치원생을 태우고 터널에 진입한 통학버스에서 교통사고에 이은 화재가 발생해 유치원생 11명(한국인 10명 포함)과 운전기사 1명이 숨지는 참극이 발생했다.
웨이하이 AFP 연합뉴스
숨진 가은(5)양의 아버지 김미석씨는 10일 “가은이가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마른기침을 하다가 구토까지 했는데 억지로 보냈다”며 가슴을 쳤다. 김씨는 “사고를 당한 대부분의 아이가 그날 유독 유치원에 가기 싫어했다고 한다. 대부분 다독여서 유치원 통학버스에 태워 보냈는데 그게 죽음의 길로 이어질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사고를 당한 상율(4)군의 아버지 이정규씨도 “아이들이 사고 조짐을 먼저 알고 있었던 듯하다. 아침에 아이 엄마가 아이에게 옷을 입혀 주는데 아이가 ‘유치원 차가 너무 뜨거워’라고 하면서 유치원에 안 가겠다고 떼쓰는 걸 겨우 달래서 보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씨는 “지난 8일 연휴가 끝나고 즐거운 표정으로 유치원에 갔던 상율이가 하루 만에 등원을 꺼린 것은 차량의 이상을 느낌으로 알았던 것 아니냐”고 말했다.

숨진 어린이 11명이 다니던 ‘중세(中世)한국국제학교’ 이용규(71) 이사장은 “남은 인생을 죄인으로 살아가야 할 것 같다”며 사죄했으나 차량 이상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답변을 하지 못했다. 이 이사장은 “지역에서 가장 우수한 차량 임대회사와 계약을 맺고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수시로 승하차 안전을 강조해 왔다”면서도 “문제의 차량이 몇 년 된 것인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화기는 차량 내에 비치돼 있었지만, 유리창을 깰 망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참사 현장을 지나치던 중국인들이 영상만 찍고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중국 당국은 “차량용 블랙박스로 자동 촬영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예리윈 웨이하이시 부시장 겸 공안국장은 이날 사고 조사 경과를 설명하면서 “사고 발생 직후 엄청난 연기를 내뿜었고 터널 안이 어두워 지나가던 차량 운전자들도 구조에 나서기가 어려웠다”며 “현장을 찍었다는 사진과 영상도 차량용 블랙박스에서 자동적으로 찍힌 것”이라고 밝혔다. 예 부시장은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현재는 사고 원인에 대해 뭐라고 답하기 어렵다. 질서 있게 조사를 진행 중이며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조사 결과를 내놓겠다”고 말했다.

사고 조사는 쑨리청 산둥성 부성장이 총지휘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도 “사고 처리와 진상 규명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중국 최고지도부가 이번 사건을 중시하는 것은 한국 새 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2017-05-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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