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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분의 참변…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27분의 참변…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이창구 기자
이창구 기자
입력 2017-05-10 01:00
업데이트 2017-05-10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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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산둥성 터널서 한인 유치원 통학버스 추돌 화재… 어린이 11명 숨져

사고 충격에 출입구 불길 휩싸여
한인 원생 10명·中국적 1명 사망
“주변 차량 구조 않고 영상 촬영”
러시아워에 소방차 출동도 지연
中 고위관료, 김장수 대사에 전화
“사고 수습에 최선” 이례적 언급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의 한 터널에서 교통사고로 인한 차량 화재가 발생해 한국 국적의 유치원생 10명을 포함해 12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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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의 중세한국국제학교 부설 유치원 통학버스가 9일 차체에 불이 붙은 채로 웨이하이시 타오자쾅 터널에 멈춰 서 있다. 버스에 타고 있던 유치원생 11명과 운전기사 1명이 숨졌으며 숨진 유치원생 11명 중 10명은 한국국적으로 확인됐다. ② 사고가 발생한 타오자쾅 터널 입구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③ 화재 진압 이후 뼈대만 남아 있는 버스의 모습. 웨이하이 연합뉴스
①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의 중세한국국제학교 부설 유치원 통학버스가 9일 차체에 불이 붙은 채로 웨이하이시 타오자쾅 터널에 멈춰 서 있다. 버스에 타고 있던 유치원생 11명과 운전기사 1명이 숨졌으며 숨진 유치원생 11명 중 10명은 한국국적으로 확인됐다. ② 사고가 발생한 타오자쾅 터널 입구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③ 화재 진압 이후 뼈대만 남아 있는 버스의 모습.
웨이하이 연합뉴스
9일 칭다오 주재 한국 총영사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쯤 산둥성 웨이하이시 환추이구에 있는 타오자쾅 터널에서 ‘웨이하이 중세한국국제학교’ 유치원생을 태운 통학차량에 화재가 발생해 차량에 타고 있던 유치원생 11명과 운전기사 1명이 숨졌다. 숨진 유치원생 11명 중 10명은 한국 국적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나머지 한 명은 중국 국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인 운전기사도 사망했으며, 중국인 인솔 교사는 중상을 입었다. 웨이하이시는 사망한 어린이 가운데 한국 국적이 5명, 중국 국적이 6명이라고 밝혔으나 이는 이중 국적자를 중국 국적으로 포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4~7세의 어린 학생들은 불과 20여분 만에 화마에 목숨을 잃었다. 웨이하이 공안 당국에 따르면 버스에 불이 붙은 시간은 오전 9시였다. 국제학교 부설 유치원에 등원하는 아동들을 태우고 터널에 막 진입한 버스는 앞서 가던 쓰레기 운반 차량을 들이받았다. 사고 충격으로 버스 앞쪽 출입구에 불길이 치솟았다. 거센 불길에 출입구가 막히자 탑승자들은 모두 버스에 갇히고 말았다. 사고 당시 터널을 통과하던 다른 차량에서 촬영한 영상을 보면 차체 대부분이 멀쩡한 상태인데 출입구만 불에 타고 있었다. 불길은 점차 차량 내부를 뒤덮었고, 터널은 검은 연기로 가득 찼다.

사고를 목격한 주변 차량 운전자들이 즉시 소방 당국에 신고했지만 소방차가 출근길을 뚫고 현장에 신속하게 도착하기는 무리였다. 소방대는 사고 이후 20여분 뒤에 도착해 오전 9시 27분쯤 진화했으나 이미 아이들은 유명을 달리했다.

출입문을 열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외부에서 차창을 깨는 등의 방식으로 탈출구를 확보해 줬어야 하지만 아쉽게도 사고 직후 구조의 손길은 없었다. 이 때문에 “주변 차량들이 구조할 생각은 하지 않고 동영상만 촬영한 채 무심히 지나쳤다”는 비판이 중국 내에서도 나온다. 하지만 사고 순간 운전자들은 저마다 4차선 터널을 빠른 속도로 달리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차를 급히 세우고 구조 활동을 펼치기엔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현장조사에 나선 칭다오 총영사관 관계자는 “숨진 운전기사가 차량 통로 중간에서 발견됐는데, 출입문이 불길에 막히자 탈출로를 만들어 보려다가 연기에 질식해 숨진 것으로 보인다”며 “터널에서 불이 나는 바람에 참사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중세국제학교는 한국 학생이 많이 다니지만 한국 교육부가 정식으로 인가해 예산을 지원하고 교사를 파견하는 한국국제학교는 아니었다. 2006년 중국 교육부 인가를 받아 문을 연 이 학교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든 학제를 운영하고 있다. 전교생이 550여명이며, 교사는 100여명에 이른다. 한국 교육과정을 그대로 따르는 한국부와 영어로 영미권의 교육과정을 가르치는 국제부를 운영해 왔다.

한편 쿵쉬안유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는 이날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 사고를 고도로 중시하고 있다”며 처리를 돕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중국 외교부 고위 관리가 외국인이 포함된 사고에 대해 해당국 대사에게 전화까지 걸어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2017-05-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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