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산둥성 터널서 한인 유치원 통학버스 추돌 화재… 어린이 11명 숨져
사고 충격에 출입구 불길 휩싸여한인 원생 10명·中국적 1명 사망
“주변 차량 구조 않고 영상 촬영”
러시아워에 소방차 출동도 지연
中 고위관료, 김장수 대사에 전화
“사고 수습에 최선” 이례적 언급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의 한 터널에서 교통사고로 인한 차량 화재가 발생해 한국 국적의 유치원생 10명을 포함해 12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①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의 중세한국국제학교 부설 유치원 통학버스가 9일 차체에 불이 붙은 채로 웨이하이시 타오자쾅 터널에 멈춰 서 있다. 버스에 타고 있던 유치원생 11명과 운전기사 1명이 숨졌으며 숨진 유치원생 11명 중 10명은 한국국적으로 확인됐다. ② 사고가 발생한 타오자쾅 터널 입구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③ 화재 진압 이후 뼈대만 남아 있는 버스의 모습.
웨이하이 연합뉴스
웨이하이 연합뉴스
사고를 목격한 주변 차량 운전자들이 즉시 소방 당국에 신고했지만 소방차가 출근길을 뚫고 현장에 신속하게 도착하기는 무리였다. 소방대는 사고 이후 20여분 뒤에 도착해 오전 9시 27분쯤 진화했으나 이미 아이들은 유명을 달리했다.
출입문을 열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외부에서 차창을 깨는 등의 방식으로 탈출구를 확보해 줬어야 하지만 아쉽게도 사고 직후 구조의 손길은 없었다. 이 때문에 “주변 차량들이 구조할 생각은 하지 않고 동영상만 촬영한 채 무심히 지나쳤다”는 비판이 중국 내에서도 나온다. 하지만 사고 순간 운전자들은 저마다 4차선 터널을 빠른 속도로 달리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차를 급히 세우고 구조 활동을 펼치기엔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현장조사에 나선 칭다오 총영사관 관계자는 “숨진 운전기사가 차량 통로 중간에서 발견됐는데, 출입문이 불길에 막히자 탈출로를 만들어 보려다가 연기에 질식해 숨진 것으로 보인다”며 “터널에서 불이 나는 바람에 참사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중세국제학교는 한국 학생이 많이 다니지만 한국 교육부가 정식으로 인가해 예산을 지원하고 교사를 파견하는 한국국제학교는 아니었다. 2006년 중국 교육부 인가를 받아 문을 연 이 학교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든 학제를 운영하고 있다. 전교생이 550여명이며, 교사는 100여명에 이른다. 한국 교육과정을 그대로 따르는 한국부와 영어로 영미권의 교육과정을 가르치는 국제부를 운영해 왔다.
한편 쿵쉬안유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는 이날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 사고를 고도로 중시하고 있다”며 처리를 돕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중국 외교부 고위 관리가 외국인이 포함된 사고에 대해 해당국 대사에게 전화까지 걸어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2017-05-10 1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