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교통사고” 거짓말 조퇴한 女…모텔서 112 전화? 알고 보니

“가족 교통사고” 거짓말 조퇴한 女…모텔서 112 전화? 알고 보니

하승연 기자
입력 2025-10-29 13:54
수정 2025-10-29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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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에 붙어 있던 피싱 예방 포스터. 경기 안양만안경찰서 제공
모텔에 붙어 있던 피싱 예방 포스터. 경기 안양만안경찰서 제공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에 속아 모텔에 스스로 감금하려 한 30대 여성이 모텔에 붙은 경찰의 피싱 예방 안내문을 보고 범죄 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5일 경기 안양시 한 회사에서 연구원으로 근무 중인 여성 A(30대)씨는 자신을 검찰 수사관이라 소개하는 한 남성으로부터 “바로 확인해야 하는 등기가 왔다”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이 등기를 온라인으로 확인한 A씨는 깜짝 놀랐다. 자신 앞으로 접수된 고발장과 본인 명의의 대포통장 입출금 명세, 압수수색 영장 등이 줄줄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 남성은 “당장 금감원에 가서 자필 서명을 해야 하고 그렇게 안 하면 검찰로 출두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알리면 불리하니 일단 회사를 조퇴하고 어디 조용한 데 가서 처리하라”며 회사에 “가족이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하라”는 구체적인 조퇴 사유까지 제시했다.

남성의 명령에 따라 조퇴한 뒤 인근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새 휴대전화까지 개통한 A씨는 남성이 지정해준 모텔에 들어가 방을 빌렸다. 지정된 계좌로 돈을 송금하는 절차만 남은 이때 A씨 눈에 들어온 것은 모텔 엘리베이터 버튼 위에 붙어 있던 피싱 예방 포스터였다.

포스터에는 수사기관을 사칭한 일당이 가짜 등기를 보여주는 것을 시작으로 휴대전화 개통과 ‘셀프 감금’을 종용하는 대표적 범행 수법이 적혀 있었다. A씨는 자신이 처한 상황과 똑같다는 것을 깨닫고 경찰에 신고해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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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싱 일당이 A씨에게 보여준 가짜 압수수색 영장. 경기 안양만안경찰서 제공
피싱 일당이 A씨에게 보여준 가짜 압수수색 영장. 경기 안양만안경찰서 제공


이 포스터는 안양만안경찰서 안양지구대 공동체치안활동팀(김승조 경감·박선희 경사)이 올해 6월부터 관내 모텔과 중심상가, 시장 등을 돌며 부착한 1000부의 포스터 중 한 장이었다.

안양 만안서가 관내 지구대장과 주간근무 전담 요원으로 구성한 공동체치안활동팀은 3개월 이상의 112 반복 신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매주 우선 예방 과제를 선정해 지역주민, 유관기관 등 공동체 구성원들과 함께 예방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안양지구대 공동체치안활동팀은 관내 모텔 밀집 구역에서 지난 3월부터 3개월 동안 ‘셀프감금’ 보이스피싱 사건 신고가 11건 접수돼 총피해액이 4억 2000만원에 달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예방 활동을 강화하던 중이었다.

안양지구대 관계자는 “셀프 감금 수법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있어 모텔 업주, 시장 상인회와 협력해 눈에 띌만한 모든 곳에 예방 포스터를 부착했다”며 “지역사회의 적극적 협조 덕에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최성규 안양 만안서장은 “앞으로도 공동체치안활동팀의 치안 모델을 더욱 발전시켜 변화하는 치안 환경에 걸맞은 미래형 예방 치안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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