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으로 참사를 추모…‘신애진 장학금’ 받은 고대생들

나눔으로 참사를 추모…‘신애진 장학금’ 받은 고대생들

반영윤 기자
입력 2025-10-28 17:00
수정 2025-10-2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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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덕분에 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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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이태원 참사로 딸을 잃은 신정섭(55)씨. 신씨는 딸인 애진씨의 부의금과 생전 모은 돈 그리고 사망 보험금을 모아 고려대에 2억원, 아름다운재단에 1억 5000만원을 기부했다. 본인 제공
3년 전 이태원 참사로 딸을 잃은 신정섭(55)씨. 신씨는 딸인 애진씨의 부의금과 생전 모은 돈 그리고 사망 보험금을 모아 고려대에 2억원, 아름다운재단에 1억 5000만원을 기부했다. 본인 제공


“애진이가 사회에서 받은 것들을 다른 친구들에게 돌려주고 싶었습니다.”

이태원 참사 3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서울 종로구 별들의집 인근 카페. 당시 참사로 딸을 잃은 신정섭(55)씨는 애진씨의 이름을 이야기할 때마다 눈시울을 붉혔다.

신씨 가족들은 부의금과 애진씨가 직장 생활을 하며 모은 돈을 쓰지 않고 고이 모아 뒀다. 유품을 정리하다 애진씨의 일기장에서 ‘모교에 기부하기’, ‘모교에 건물 지어주기’ 등 버킷리스트를 발견했고 참사 1주기가 되던 2023년 10월 애진씨의 모교인 고려대에 2억원을 기부했다.

이후 고려대는 지난해 1학기부터 애진씨가 졸업한 생명과학부 학생 2명, 경영전략학회 학생 1명 등 총 3명에게 매 학기 25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한다. 지금까지 8명의 학생이 ‘신애진 장학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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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학기 ‘신애진 장학금’을 받은 고려대 재학생 형지선(22)씨가 이태원 참사 3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서울 용산구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 애진씨를 추모하는 흰 국화 한 송이를 놓고 있다. 반영윤 기자
올해 2학기 ‘신애진 장학금’을 받은 고려대 재학생 형지선(22)씨가 이태원 참사 3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서울 용산구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 애진씨를 추모하는 흰 국화 한 송이를 놓고 있다. 반영윤 기자


고려대 영어교육과 4학년에 재학 중인 형지선(22)씨는 올해 2학기 이 장학금 수혜자가 됐다. 형씨는 “월·수요일 4시간씩 하던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공부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며 “나중엔 저도 무언가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형씨는 이날 서울 용산구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 애진씨를 추모하는 흰 국화 한 송이를 놓으며 “선배 덕분에 이제 꿈을 향해 한 발 나아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 8월 졸업해 연구자의 길을 걷고 있는 또 다른 장학금 수혜자도 “금전적인 지원을 넘어 진로를 위해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며 “애진 선배 덕에 무사히 학업을 마치고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고 전했다.

신씨 가족은 애진씨가 다니던 회사에서 받은 사망보험금 1억 5000만원도 지난해 초 아름다운재단에 전달했다.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 다니던 애진씨는 직장 생활로 돈을 벌기 시작할 때쯤부터 ‘우리가 누린 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눠 주고 싶다’며 청년들을 위한 기부나 사업을 고민했다고 한다. 신씨는 “우리는 애진이가 받은 것들을 사회에 돌려주는 심부름꾼”이라며 “딸을 기억하고 추모하며 앞으로 우리가 가진 것들을 더 많이 나눌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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