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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대비부터 사후 대응 모두 실패…커지는 경찰 지휘부 책임론

사전 대비부터 사후 대응 모두 실패…커지는 경찰 지휘부 책임론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입력 2022-11-04 11:45
업데이트 2022-11-04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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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 축제에 기동대 투입했더라면
서울청 112상황실서 대체 무슨 일이
용산서장, 참사 발생 5분만에 도착?
경찰청장, 참사 당일 밤 11시 취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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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입장을 표명을 표명하며 사과하고 있다. 2022.11.1  연합뉴스
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입장을 표명을 표명하며 사과하고 있다. 2022.11.1
연합뉴스
‘핼러윈 관련 무질서, 사건사고 등은 언론에 보도되는 주요 이슈로 이목이 집중되는 만큼 시민 안전을 위한 적극적인 예방 활동, 신속한 현장대응 필요.’

서울경찰청이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지난달 작성한 치안여건 분석 및 대응방안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서울 이태원, 홍대, 강남 일대에서 핼러윈 주말(10월 28~30일) 동안 열리는 축제에 대비하기 위해 ‘총력 대응’한다는 내용도 나온다.

하지만 서울경찰청의 ‘10월 29일 경력운용 계획’ 문건에는 핼러윈 축제에 경찰 기동대(경비)를 투입한다는 내용이 어디에도 없다.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21건의 크고 작은 집회·시위에만 기동대를 배치했다.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 10만여명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이미 예상했다면 타 시도 경찰청 기동대를 지원받아서라도 현장에 투입했을 법 했지만, 경기남부·인천·대전·충북청 기동대는 이날 서울 도심 집회를 막는 데 활용됐다. 심지어 현장에 투입되지 않고 대기 중인 기동대도 5개 부대나 있었지만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는 동원이 안 됐다. 1개 부대라도 투입해 동선 관리라도 했다면 비좁은 골목길에서 수많은 인파가 밀려 넘어지는 참사는 막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한 지난해와 2020년에는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 각각 기동대 3중대, 1중대를 별도 배치했다. 당시 이 기동대는 방역 예방 활동을 벌였다.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인명사고 현장에 구급차가 모여있다. 2022.10.30 연합뉴스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인명사고 현장에 구급차가 모여있다. 2022.10.30 연합뉴스
참사 당일 오후 6시 34분부터 “압사당할 것 같다”며 시민들의 112 신고가 이어졌고, 참사 발생 이후 “살려달라”는 신고가 빗발쳤는데도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총경)이 이런 내용을 오후 11시 39분에서야 상황팀장으로부터 연락받았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아무리 상황관리관이 상황실(5층)이 아닌 사무실(10층)에 있었다 해도 첫 신고부터 최초 연락을 받을 때까지 5시간 5분 동안 상황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규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상황관리관이 상황실을 지키면서 112 신고를 챙겼더라면, 상황팀장이 위험을 인지하고 곧바로 상황관리관에 보고했더라면, 기동대를 즉시 투입하는 등 신속한 조치가 취해질 수 있었기 때문에 현재로선 가장 아쉬운 대목 중 하나다.

현장을 총괄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참사 발생 직후인 오후 10시 20분쯤 현장에 도착해 인파 분산을 위해 차량 통제 등을 지시했다고 하지만 이 부분이 사실인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경찰청 특별감찰팀도 이 전 서장을 수사 의뢰하겠다면서 “용산서장이 사고 현장에 늦게 도착해 지휘 관리를 소홀히 했고 보고도 지연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했다. 다만 11시 넘어 현장에 도착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선 “감찰팀이 확인한 구체적 시간대와는 다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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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용산경찰서 압수수색 마친 특수본
‘이태원 참사’ 용산경찰서 압수수색 마친 특수본 2일 오후 서울 용산경찰서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 관계자가 청사에서 나오고 있다. 2022.11.2 연합뉴스
이 전 서장의 행적 가운데 더 의문스러운 점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보고가 참사 발생 1시간 19분 뒤인 오후 11시 34분에서야 이뤄졌다는 점이다. 당시 이 전 서장은 김 청장에게 세 차례 전화했는데 김 청장이 전화를 놓쳤고 2분 뒤인 오후 11시 36분에 통화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참사 당일 오후 11시 38분 “‘핼러윈 인파’ 이태원서 호흡곤란 등 81건 신고”, 11시 45분 “이태원서 심정지 추정 환자 50여명 발생” 등 언론에서 속보가 떴는데도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튿날인 30일 0시 14분에서야 공식보고를 받았다는 입장이다. 이미 취재진도 이태원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었는데도 시민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 수장은 그동안 아무것도 몰랐다는 얘기다.

경찰청은 이날 참사 당일 윤 청장 행적과 관련해 “휴일을 맞아 국정감사 등으로 미뤄온 개인 일정으로 충북 지역을 방문해 오후 11시쯤 취침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윤 청장은 지난 1일 이태원 참사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며 “112 신고를 처리하는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고 인정해 일선 경찰관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찰청이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수사한다고 하지만 경찰 지휘부의 부실한 대응을 빈틈없이 파헤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김헌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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