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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비좁은 골목에 무허가 건물·불법 증축… 폭 좁아지며 참사 키웠다

[단독] 비좁은 골목에 무허가 건물·불법 증축… 폭 좁아지며 참사 키웠다

최영권 기자
최영권 기자
입력 2022-11-01 22:16
업데이트 2022-11-01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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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골목, 병목현상 왜 생겼나

건물 4채 중 1채 구청허가 안 받고
법원에 부동산 등기도 하지 않아

해밀톤호텔 측 꼼수 임시가벽 탓
위 5.5m, 아래는 3.2m로 좁아져
증축 테라스는 벌금 내며 버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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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한 골목에 위치한 건물 중 한 곳(빨간줄 표시)이 구청 허가도 받지 않고 법원에 등기조차 하지 않은 미등록 불법 건축물로 1일 파악됐다. 맞은편 해밀톤호텔은 불법 증축으로 구청으로부터 시정 요구를 받았으나 이행하지 않아 이행강제금을 부과받았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한 골목에 위치한 건물 중 한 곳(빨간줄 표시)이 구청 허가도 받지 않고 법원에 등기조차 하지 않은 미등록 불법 건축물로 1일 파악됐다. 맞은편 해밀톤호텔은 불법 증축으로 구청으로부터 시정 요구를 받았으나 이행하지 않아 이행강제금을 부과받았다.
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한 골목에 있는 건물 중 한 곳이 구청 허가를 받지 않고 법원에 등기조차 하지 않은 미등록 불법 건축물인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이태원 일대의 불법 증축과 무허가 건물 때문에 안 그래도 비좁은 골목이 더 좁아지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태원 압사 사고 지점인 T자형 골목에 있는 건물 4채(해밀톤호텔 외벽 맞은편) 가운데 1채인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173-5 건물은 구청 허가를 받지 않아 건축물대장 자체가 없었다. 법원에 부동산 등기도 하지 않은 건물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29일 사고 당시 영상을 보면 해밀톤호텔 서쪽 골목에서 세계음식문화거리 쪽으로 대피하려던 이들은 인파에 갇혀 움직이지 못했다. 사고 현장 인근 주점에 있던 이모(30)씨는 “한 명이 넘어지기 시작하니까 다 같이 우르르 서로 엉키며 넘어졌다”고 전했다. 해밀톤호텔 북쪽에 있는 주점이 테라스를 무단 증축하면서 T자 골목의 오른쪽 모퉁이를 비롯한 통행로가 좁아졌고, 이는 구조대원이 현장으로 접근하는 것을 지체시킨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해밀톤호텔은 지난해 용산구의 시정 조치에도 증축한 테라스를 철거하지 않고 이행강제금을 내면서 버티고 있다.

무허가 건물 1층에는 옷가게가 있고, 같은 필지에는 철문이 있다. 이 건물 맞은편에는 해밀톤호텔이 에어컨 실외기를 놓기 위해 무단 증축했다가 2016년 구청 지적을 받고 철거한 임시벽이 마주 서 있다. 이 건물은 구조물 일부가 보도 쪽으로 나와 있어 길을 더욱 좁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 참사가 일어난 골목 위쪽은 폭이 5.5m지만 피해가 집중된 아래쪽은 해밀톤호텔이 설치한 임시벽 때문에 3.2m로 좁아진다. 용산구 관계자는 “사고 이후 주변 건축물의 문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 건축물이 무허가 건축물임을 확인했다”면서 “사람으로 따지면 출생 신고를 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서울시 건축조례에 따르면 1981년 12월 31일 이전에 지어진 무허가 건물에 대해서는 시장이 정하는 바에 따라 단속이 유예된다. 이 건물이 1981년 이전에 지어졌다면 단속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게 용산구의 설명이다. 용산구는 지난달 31일 서울시에 항공사진을 통해 건물 건축 시기를 판단하는 항적 의뢰를 요청했다. 서울시 공간정보담당관실은 1972년부터 해마다 촬영해 온 항공사진과 비교해 이 무허가 건물이 1981년 이전에 지어졌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최광석 변호사는 “과거 너무나 많았던 무허가 건축물을 단속해 혼란을 가중시키기보다 양성화하는 차원에서 생긴 조례로 보인다”면서도 “사고 전까지 관할 구청이 이 건물의 건축 시기조차 파악하지 못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기 소유 땅의 경계선을 넘어서 건물을 불법 증축해 통행을 방해한 건 분명 문제”라고 꼬집었다.

글·사진 최영권 기자
2022-11-0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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