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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각장애인의 영화 관람, “시혜 아닌 권리로 보장해야”

시청각장애인의 영화 관람, “시혜 아닌 권리로 보장해야”

입력 2021-12-01 17:55
업데이트 2021-12-01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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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리앗’ 멀티플렉스 영화관 상대로
2심 일부승소 이끌어낸 박승규씨 인터뷰
현행 배리어프리 영화는 한 달에 3편뿐
“시혜적으로 베풀지 말고 소비자로 취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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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서초구 서울고법 앞에서 시청각장애인의 ‘영화 볼 권리’를 보장하라는 발언 중인 저시력장애인 박승규씨. 본인 제공
지난 25일 서초구 서울고법 앞에서 시청각장애인의 ‘영화 볼 권리’를 보장하라는 발언 중인 저시력장애인 박승규씨.
본인 제공
“청각장애인 인권 침해를 다룬 영화 ‘도가니’를 막상 청각장애인은 볼 수 없었습니다. 시위를 해도 변한 게 없어 소송을 하게 됐죠.”

국내 대기업이 운영하는 복합상영관(멀티플렉스) 3사를 상대로 2심에서 일부 승소를 이끈 저시력장애인(전자기기를 통해 글자를 확대해야 읽을 수 있는) 박승규(40)씨는 1일 “영화관은 시각·청각 장애인의 영화 관람 권리를 시혜적으로 베풀 게 아니라 비장애인과 동등한 소비자로 취급하고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고법 민사5부(부장 설범식)는 지난달 25일 박씨 등 시각·청각 장애인 4명이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를 상대로 제기한 차별구제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좌석 300석이 넘는 상영관과 총좌석이 300석이 넘는 복합상영관 중 1개 이상의 상영관은 개방형과 폐쇄형 방식 중 선택해 화면해설과 자막을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개방형은 스크린에 해설과 자막을 띄우는 방식이고 폐쇄형은 스마트안경이나 이어폰을 착용한 당사자에게만 해설이 제공되는 방식이다. 또 주말을 하루 이상 포함해 전체 상영 횟수의 3% 이상 ‘가치봄’(장벽제거) 영화를 상영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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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시청각 장애인에게 화면해설과 자막 등을 제공해야 한다는 2심 판결이 나온 지난 25일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장애인인권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제공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시청각 장애인에게 화면해설과 자막 등을 제공해야 한다는 2심 판결이 나온 지난 25일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장애인인권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제공
현재 멀티플렉스를 포함한 영화관이 시각·청각 장애인을 위한 ‘가치봄 상영’을 일부 하기는 한다. 다만 한 달에 많으면 3편의 작품이 올라오고 지역마다 정해진 상영관에 정해진 날짜, 시간대에 맞춰 가야 해 불편함이 컸다. 예를 들어 서울에 사는 시각·청각 장애인이 11월에 볼 수 있는 영화는 ‘강릉’뿐이었고 강변·구로·종로·노원구의 영화관에서 각 1~3회 상영했다.

이런 이유로 박씨는 그동안 영화관에 가도 한국 영화만 봤다고 했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테넷’처럼 깊이 생각해야 하는 영화를 보고 싶어도 시각 장애인을 위한 자막과 음성 해설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았다. 박씨는 “영화는 시대에 따라 수준이 높아지는데 장애인의 영화 볼 권리는 동등한 수준으로 높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 2월 소송을 제기해 5년 만에 2심에서도 일부 승소를 이끌었지만 전부 승소한 1심에 비해 다소 후퇴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특히 장애인 당사자가 기기를 착용하면 되는 폐쇄형 방식은 횟수 제한을 둘 필요가 없는데도 개방형과 마찬가지로 3%를 명시한 부분은 납득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2심이 왜 3%인지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만큼 이 부분은 추후 재논의될 여지로 남았다.
곽소영 기자 so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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