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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캉스 기대했는데”…부산 101층 건물 로비에 등장한 텐트

“호캉스 기대했는데”…부산 101층 건물 로비에 등장한 텐트

김채현 기자
김채현 기자
입력 2021-11-01 18:09
업데이트 2021-11-0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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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시티 레지던스 투숙객 대기실에 펼쳐진 텐트. 입주민 제공
엘시티 레지던스 투숙객 대기실에 펼쳐진 텐트. 입주민 제공
“로비에 텐트 있어 혼란스러워”
주거·숙박 가구 ‘불편한 동거’
갈등 계속…경찰까지 출동


초호화 주거·숙박시설인 부산 엘시티 랜드마크 타워 로비에 난데없이 텐트가 펼쳐졌다. 101층 높이를 자랑하는 엘시티는 국내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물이다.

엘시티 랜드마크 타워에 있는 레지던스 로비에 텐트 2개가 등장한 것은 지난달 28일이다.

이곳은 엘시티 레지던스 투숙객이 체크인 전 대기하는 공간으로, 엘시티 레지던스 체크인은 메인 로비가 아닌 숙박위탁업체 사무실이 있는 70층과 71층 객실에서 이뤄진다.

투숙객은 로비에 대기하다 업체 직원 안내를 받아 체크인 장소로 이동한다.

그런데 이곳에 텐트와 침낭이 등장한 것은 엘시티 레지던스 구분소유자 중 숙박 위탁 가구와 실거주 주민 간 갈등 때문이다.

숙박 위탁 가구가 손님 대기실로 사용하던 공간에 안내 데스크(접객대)를 설치하려 하자 실거주 주민이 집합건물 관리법에 따라 공용부분 사용 용도 변경에 대한 찬반 투표를 하는 게 순서라며 이를 막고 나선 것이다.

“로비부터 텐트가 있어 혼란스러웠다”
지난 주말 엘시티 더 레지던스에 머물기 위해 이곳을 찾은 투숙객은 텐트를 보고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A씨는 “수십만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이곳을 찾았는데 로비부터 텐트가 있어 혼란스러웠다”며 “어디서 체크인해야 하는지 안내도 잘 안 돼 머물기 전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급기야 경찰까지 출동했다. 하지만 실거주 주민이 텐트를 쳐 접객대 설치를 막고 있고 숙박위탁 가구도 텐트를 치며 주말 내내 대치가 이어졌다.
숙박객들이 머무는 대기실에 펼쳐진 침낭. 입주민 제공
숙박객들이 머무는 대기실에 펼쳐진 침낭. 입주민 제공
입주민들 “위탁 가구와 거주민이 공존하고 있는 것부터 문제”
입주민들은 한 건물에 숙박업과 주거가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기 때문에 빚어진 예견된 일이라고 말한다.

엘시티 레지던스는 랜드마크타워의 22∼94층에 자리 잡고 있다. 11개 타입(166~300㎡) 총 561실로 구성돼 있다.

이 중 400개실은 실거주가, 160개실은 숙박위탁업이 이뤄지고 있다.

엘시티 레지던스 분양 당시 관련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561호실 중 60∼70%는 주거 용도로 분양이 됐고 나머지는 숙박 위탁 가구가 들어왔다.

현재는 생활형 숙박시설 관련 법이 개정돼 레저던스가 주거 용도로 분양이 불가능하다.

입주민은 분양수익에만 급급했던 시행사의 무책임한 행태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레지던스 입주민은 “공용공간인 로비에 관리규약을 무시하고 숙박객만을 위한 접객대를 무단점용하려고 하고 있다”며 “시행사는 해운대 특급호텔 같은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소개하며 분양했지만 이곳을 찾는 투숙객이나 사는 입주민 모두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주민은 “설계부터 시공 준공까지 어떠한 시스템도 없는 이곳에 위탁 가구와 거주민이 공존하고 있는 것부터 문제”라며 “엘시티 레지던스를 분양받은 사람은 새로운 주거 패러다임이라며 분양 광고를 한 시행사와 이를 허가해준 구청에 사기 분양을 당한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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