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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명씩 줄 서는 ‘추억의 달고나’… 추억을 맛보고 신선함에 빠지다

수십명씩 줄 서는 ‘추억의 달고나’… 추억을 맛보고 신선함에 빠지다

김주연 기자
김주연, 김정화 기자
입력 2021-10-06 21:08
업데이트 2021-10-07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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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열풍에 설탕 뽑기 인기

손님 “노점서 2시간 기다려도 즐거워”
외국인 유학생 “남자친구 생일 선물로”
美선 출연진 운동복 핼러윈 복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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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설탕 뽑기(달고나) 가게가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천막 뒤편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등장한 명함 사진이 걸려 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6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설탕 뽑기(달고나) 가게가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천막 뒤편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등장한 명함 사진이 걸려 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부슬비가 내린 6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2번 출구.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우산을 든 이하준(7·가명)군은 이제 막 문을 연 설탕 뽑기(달고나) 천막 앞을 서성이며 발을 동동거렸다. 노점 앞에서 2시간을 기다렸다는 이군은 난생처음 받아 든 별 모양 달고나에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신중하게 고사리손을 움직였지만 야속한 별이 툭 소리를 내며 부러졌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드라마에 등장한 설탕 뽑기 열풍이 불고 있다. 전국 곳곳의 설탕 뽑기 노점 앞에 수십 명이 줄을 선다. 추억의 맛을 되짚는 이들부터 달고나를 몰랐던 어린이들까지 각양각색이다. 오징어 게임 제작사 싸이런픽쳐스에 지난해 6월 달고나 약 1000개를 납품했던 업체 ‘세계로 달고나’의 안세환(37)씨는 이날도 쉴 새 없이 설탕을 녹였다. 안씨는 “손님이 드라마 방영 전보다 2~3배 늘었다”면서 “새벽 3시까지 잠을 못 잘 정도로 바쁘지만, 뽑기가 널리 알려지게 돼 기쁘다”고 했다.

뽑기를 하려고 기꺼이 먼 걸음을 한 이들도 있었다. 경북 김천에서 온 대학생 김나현(26)씨는 “어릴 적 문구점에서 사 먹던 100원짜리 달고나는 사실 맛이 없었다”면서 “취업 준비를 해 보니 456억원에 달하는 드라마 속 상금이 목숨을 걸 만한 액수 같다. 현실에서 게임에 참가할 수는 없지만 세모와 우산 모양을 떼며 힘내 보려고 한다”며 웃었다.

외국인들도 설탕 뽑기에 빠졌다. 한국어를 공부하려고 지난달 러시아에서 온 유학생 나스탸(22)는 “‘도깨비’ 이후 두 번째로 본 한국 드라마인데 스토리가 흥미로워서 금세 다 봤다”면서 “‘달고나 세대’가 아니라 먹어 본 적은 없다는 한국인 남자친구에게 생일 선물로 주려고 찾아왔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줄었던 손님이 늘면서 ‘달고나 할머니’의 얼굴에도 화색이 돌았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30년째 남편과 달고나를 판 박남숙(72)씨는 “오늘은 덕성여고 학생들이 ‘가게 열기만 기다렸다’며 잔뜩 달고나를 사갔다”면서 “아들이 드라마가 유행이라면서 사진을 붙여 주고 우산 모양 틀을 사다 줄 때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오는 31일 핼러윈 데이를 앞둔 미국에서도 오징어 게임 관련 상품이 특수를 누리고 있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타워즈’나 ‘마블’ 주인공의 의상을 주로 입었던 미국인들이 올해 핼러윈 복장으로 드라마 주인공들이 입은 초록색 운동복이나 게임 진행 요원의 붉은색 점프슈트(위아래가 통으로 붙어 있는 옷)를 택하고 있다. 아마존 웹사이트에는 판매용 오징어 게임 의상이 2000건 이상 올라왔다. 초록색 운동복 한 벌에 30달러 정도다. 초록색 운동복에 주인공 성기훈이나 강새벽의 등번호 456번, 067번을 다는 자체 제작도 유행이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21-10-0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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