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스 좀…” 전화 한 통화가 열흘 넘게 굶은 50대男 살렸다

“주스 좀…” 전화 한 통화가 열흘 넘게 굶은 50대男 살렸다

장진복 기자
장진복 기자
입력 2021-08-22 22:38
수정 2021-08-23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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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 주민센터 공무원, 위급 상황 포착
복지 사각지대 처한 독거 남성 응급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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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 신정3동 주민센터 돌봄매니저가 열흘 넘게 아무것도 먹지 못해 생명이 위태롭던 50대 독거 남성의 집을 찾았을 당시 모습. 양천구 제공
서울 양천구 신정3동 주민센터 돌봄매니저가 열흘 넘게 아무것도 먹지 못해 생명이 위태롭던 50대 독거 남성의 집을 찾았을 당시 모습.
양천구 제공
“주…스…좀….”

수화기 너머 들린 위급한 목소리를 듣고 현장에 출동한 주민센터 공무원이 열흘 넘게 아무것도 먹지 못해 생명이 위태롭던 50대 독거 남성의 생명을 가까스로 살렸다.

22일 서울 양천구에 따르면 지난 17일 신정3동 주민센터의 복지건강2팀 주윤홍 팀장은 취약계층 국민지원금 지급 관련 계좌 확인을 위해 A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A씨가 계속 전화를 받지 않자 이를 수상히 여긴 주 팀장은 계속 통화를 시도했다. 어렵게 연결된 통화에서 A씨는 꺼져 가는 목소리로 ‘주…스’라고 한마디를 내뱉었다.

위급 상황임을 직감한 주 팀장은 주민센터 돌봄매니저와 방문간호사 등과 함께 바로 A씨의 집을 찾았다. 주 팀장 등은 조금 열린 문틈으로 냉방기도 없는 폭염 속에 뼈만 앙상한 상태로 현관에 주저앉아 있는 A씨를 발견했다. 이들이 현장에서 응급조치를 하고 상황을 파악한 결과, A씨는 극심한 당뇨와 알코올중독을 앓는 환자였다. 그는 끼니를 챙길 기력조차 없어 열흘 넘게 식사를 하지 못했고 저혈압, 영양실조 증세까지 겹쳤다. 양천구 관계자는 “A씨는 기초생활수급자도, 안부를 확인하는 모니터링 대상자가 아니어서 사각지대에 방치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정3동 돌봄SOS센터는 119구급대와 함께 보라매병원 응급실까지 동행했다. A씨는 추가 검진 과정에서 새로운 질환을 발견해 현재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또 센터는 A씨가 제도권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수급 신청도 도울 예정이다. 김수영 서울 양천구청장은 “구 직원의 빠른 판단과 대처로 한 생명을 살렸다”면서 “촘촘한 복지 그물망을 통해 ‘고독사 없는 양천’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2021-08-2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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