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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기아 시달리는 아프리카 아이 같아…사망 전날엔 모든 걸 다 포기한 모습이었다”

“정인이, 기아 시달리는 아프리카 아이 같아…사망 전날엔 모든 걸 다 포기한 모습이었다”

오세진 기자
입력 2021-02-17 21:16
업데이트 2021-02-20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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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원장·홀트 직원 등 증언

허벅지·배 등 몸 곳곳에 멍과 상처
“어린이집선 다리 떨고 걷지도 못해
몸은 매우 말랐는데 배만 볼록 나와”
입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증인신문이 열린 17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입양부모의 엄벌을 촉구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서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입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증인신문이 열린 17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입양부모의 엄벌을 촉구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서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입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에 숨진 정인이의 얼굴과 몸에서 멍과 상처가 지속적으로 발견됐고, 특히 사망 전 정인이가 기아에 시달린 아프리카 어린이처럼 몸이 말랐으며 모든 것을 체념한 모습이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신혁재) 심리로 17일 열린 양모 장모(35)씨와 양부 안모(37)씨의 아동학대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어린이집 원장 A씨는 “지난해 3~5월 정인이 얼굴 주변에서 상처가 반복적으로 발견됐다”면서 “긁힌 상처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멍이었다”고 증언했다.

다른 증인인 어린이집 교사 B씨는 “다른 부모들과 달리 장씨가 정인이를 안아 주는 모습은 거의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25일 정인이에 대한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서울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했다. 그는 “그전까지만 해도 정인이의 얼굴, 상체 쪽에서만 상처가 보였는데 그날은 정인이 허벅지에 멍이 들어 있었고 배에도 무언가에 부딪히거나 꼬집힌 것 같은 상처가 있었다”고 말했다.

장씨와 안씨에 대해 입양가정 사후 관리 업무를 한 홀트아동복지회 직원 C씨도 증인으로 출석해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는 말을 듣고 그날 바로 양부모 가정을 방문해 정인이의 허벅지 안쪽과 배에 멍이 든 것을 확인했다”면서 “배는 멍이 들기 어려운 부위여서 양부모에게 이유를 물었지만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인이 양부모는 지난해 7월 16일~9월 22일 코로나19 감염 우려와 가족 휴가, ‘정인이의 건강이 안 좋다’는 이유 등으로 정인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았다. 지난해 9월 23일 오랜만에 등원한 정인이의 모습은 많이 야위어 있었다는 것이 A씨의 증언이다.

A씨는 “마치 아프리카에서 기아에 시달리는 아이처럼 정인이가 몸이 너무 마른 상태였다”면서 “다리를 계속 부들부들 떨고 걷지를 못해 그날 어린이집과 가까운 소아과에 정인이를 데려갔다”고 밝혔다. 그날 소아과 의사는 112에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A씨와 B씨는 사망 전날인 지난해 10월 12일 정인이의 상태가 더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정인이가 평소 좋아하는 과자를 줘도 먹지 않았고 스스로 몸을 움직일 수도 없었다. 그날 정인이는 마치 모든 걸 다 포기한 듯한 모습이었다”면서 “정인이가 되게 말랐는데 배만 볼록 나와 있었다. 머리에는 빨간 멍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B씨는 당시 정인이가 “눈만 뜬 아이 같았다”며 울먹였다. 정인이는 이튿날인 지난해 10월 13일 복부 손상으로 사망했다.

이날 증인신문은 비공개로 진행되길 원한다는 증인들의 의사에 따라 일반 방청객이 모두 퇴정한 상태에서 영상신문 방식으로 진행됐다. 피고인들이 모니터로 증인들을 볼 수 없도록 피고인들 앞에는 칸막이가 설치됐다. 장씨와 안씨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2021-02-1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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