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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일용직 청년 김태규 추락사 뒤 678일만에 업체 대표 사과

스물다섯 일용직 청년 김태규 추락사 뒤 678일만에 업체 대표 사과

최영권 기자
최영권 기자
입력 2021-02-15 15:29
업데이트 2021-02-15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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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4월 10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 ACN 수원공장 건설 현장 화물용 승강기에서 5층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한 스물다섯 일용직 노동자 김태규 씨의 어머니 신현숙 씨가 15일 오전 11시 사고가 일어난 발주처 ACN 본사 앞에서 다시는 고인이 된 아들과 같은 죽음이 있지 않기를 바라면서 기자회견에 임하고 있다.  수원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지난 2019년 4월 10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 ACN 수원공장 건설 현장 화물용 승강기에서 5층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한 스물다섯 일용직 노동자 김태규 씨의 어머니 신현숙 씨가 15일 오전 11시 사고가 일어난 발주처 ACN 본사 앞에서 다시는 고인이 된 아들과 같은 죽음이 있지 않기를 바라면서 기자회견에 임하고 있다.
수원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건설 현장 승강기에서 추락해 사망한 스물다섯 청년 일용직 노동자 고 김태규 씨의 유가족이 사망 678일이 지난 뒤에야 부실한 현장 안전 관리를 한 하청업체 대표에게 공식 사과를 받았다.

김상욱 은하종합건설 대표는 15일 오전 지난 2019년 4월 10일 사망 사고가 일어난 곳인 경기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 ACN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족에게 사과했다. 이번 사과는 이틀 뒤 선고될 항소심 판결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김 대표는 이날 “고인이 사망한지 22개월이 지나서야 사과를 드린 점에 대해 죄송하다”며 “현장에서 안전 예방에 최선을 다하지 못해 소중한 생명이 희생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책임을 통감하고 계속 반성하고 있다”며 유가족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

유가족들은 사건 초기 업체 대표가 정식 사과를 하지 않았고 경찰과 노동청의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결국 유가족이 직접 증거를 수집하는 등 발로 뛰며 업체와 관계자들의 유죄 판결을 이끌어냈다.

은하종합건설은 지난해 6월 19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7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승강기 관리 업체 이조엔지니어링도 5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안전총괄책임자인 현장소장과 현장반장은 업무상과실치사죄, 산안법 위반 등으로 각각 징역 1년과 10개월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 수원지법 이원석 판사는 “아직 설치가 완료되지 않아 출입문 자동 닫힘 등의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승강기를 무리하게 운행한 점, 승강기 외측 출입문과 건물 외벽 사이의 개구부로 인해 탑승자의 추락 위험이 있음에도 작업 편의를 위해 승강기 외측 출입문을 열어 둔 채로 운행한 점, 승강기 내부에 조명도 제대로 설치하지 않아 타승자들이 쉽게 인지하기 어려운 상태로 방치한 점 등을 비추어볼 때 현장소장과 현장반장 피고인들의 주의의무 위반 정도는 매우 중하다고 할 것이고, 그로 인해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중한 결과가 발생한 점에서 처벌을 가볍게 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싸움이 길어지면서 유가족들은 몸과 마음의 병을 얻었다. 누나 도현 씨는 공황장애 치료를 받고 있고, 할아버지는 심장 부정맥, 어머니 신현숙 씨도 당뇨합병증이 악화되었고 담낭절제술 수술을 앞두고 있다. 

누나 도현 씨는 비록 늦었지만 다른 업체들에 본보기가 될 수 있고 가족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사과를 받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현장에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야간에 홀로 점검을 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 재단 이사장, tvN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 등 비정규직 산재사망 사고 유가족들이 함께 자리를 지켰다.

수원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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