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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듣기 싫은 말만 골라 하네” 누가 AI에게 性차별·혐오 심었나

“인권? 듣기 싫은 말만 골라 하네” 누가 AI에게 性차별·혐오 심었나

최영권 기자
최영권 기자
입력 2021-01-10 21:22
업데이트 2021-01-11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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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서 개발 챗봇 ‘이루다’ 답변 논란
페미니즘 “싫다” 레즈비언 “혐오스러워”

회사 측 “표현 다 막기 어렵지만 개선할 것”
이재웅 “서비스 중단하고 테스트 받아야”
전문가 “나쁜 말 하는 사람 탓… 교육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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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챗봇인 ‘이루다’
인공지능(AI) 챗봇인 ‘이루다’
스타트업 ‘스캐터랩’이 지난달 23일 출시한 스무 살 여대생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가 성희롱 대상이 된 데 이어 성소수자와 장애인에 대한 차별·혐오 표현을 학습해 논란이 되고 있다. 게다가 이루다의 자연스러운 대화 비결이 같은 개발사가 운영하는 앱인 ‘연애의 과학’을 통해 수집한 실제 연인들의 대화 100억건을 학습한 결과로 밝혀지면서 서비스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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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챗봇인 ‘이루다’가 ‘페미니즘’이라는 단어에 “그런 말 진짜 싫다”고 답하는 대화 장면. 다른 대화에서는 페미니즘에 대해 “너무 불필요하고 무의미한 질문”이라고 답했다. 이루다는 ‘장애인’이라고 입력하자 “에휴, 그만해 진짜 머리채 잡기 전에”, ‘인권’에는 “진짜 내가 듣기 싫다는 소리만 골라서 쏙쏙 하시네”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인공지능(AI) 챗봇인 ‘이루다’가 ‘페미니즘’이라는 단어에 “그런 말 진짜 싫다”고 답하는 대화 장면. 다른 대화에서는 페미니즘에 대해 “너무 불필요하고 무의미한 질문”이라고 답했다. 이루다는 ‘장애인’이라고 입력하자 “에휴, 그만해 진짜 머리채 잡기 전에”, ‘인권’에는 “진짜 내가 듣기 싫다는 소리만 골라서 쏙쏙 하시네”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AI가 적절치 않은 키워드를 차단하고 민감한 사회적 쟁점을 회피하도록 개발자가 개입하는 것이 단기적 대책이 될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인간이 AI에게 부적절한 질문을 하지 않도록 하는 교육과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이 10일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직접 이루다와 대화를 시도해 본 결과 ‘페미니즘’이라고 말을 걸면 “그런 말 진짜 싫다”는 답이 돌아왔다. 다른 대화에서는 페미니즘에 대해 “너무 불필요하고 무의미한 질문”이라고 답했다. ‘인권’이라고 치면 “진짜 내가 듣기 싫다는 소리만 골라서 쏙쏙 하시네”, ‘장애인’에는 “에휴, 그만해. 머리채 잡기 전에”, ‘레즈비언’이란 말에는 “진짜 싫어. 혐오스러워. 질 떨어져 보이잖아”라고 대답했다.

김종윤 스캐터랩 대표는 지난 8일 입장문에서 “모든 부적절한 대화를 완벽히 막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했다”며 “사용자들의 부적절한 대화를 발판 삼아 더 좋은 대화를 하는 방향으로 학습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개발자 1세대인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챗봇의 정체성을 20세 여성으로 정한 것이 성적 악용 문제를 유발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개발사가)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AI에게) 추가 학습을 시킬 게 아니라 서비스 중단 후 사회규범에 맞는 최소한의 테스트를 통과하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채용 및 면접, 뉴스 추천 시스템 등 AI를 활용한 프로그램이 인간을 차별하거나 혐오하지 않는지 감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성소수자, 장애인을 포함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이 전 대표의 페이스북에 답글을 달고 “공적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룰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사람이 AI에게 부적절한 질문을 하고 학습시키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며 “AI만 탓하거나 개발자를 탓해 해결할 일이 아니라 결국 사람이 바뀌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AI를 백지상태의 아이에 비유했다. 그는 “정해진 답만 말하던 과거의 AI와 달리 지금의 AI는 사회에 나가 사람과 교류하면서 배우도록 설계돼 있다. 그러면 나쁜 점도 배울 수밖에 없다”며 “근본적으로 사람이 사람에게도 하지 못할 부적절한 질문을 AI에게 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AI가 우리 생활 속에 들어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사람들도 AI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2021-01-1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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