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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진상규명위 “과거사위, 수사권고 없어 매우 실망”

용산참사 진상규명위 “과거사위, 수사권고 없어 매우 실망”

강주리 기자
입력 2019-05-31 23:47
업데이트 2019-05-31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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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檢수사팀 “대법원 확정판결 부정…명예훼손 책임 묻겠다”

檢과거사위 조사결과에 양쪽다 반발
용산참사규명위 “특검 재조사해야”
당시 수사팀 “의심을 사실처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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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용산참사 조사 결과를 발표한 5일, 참사 당시 숨진 철거민 유가족들이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석기(당시 경찰청장 후보자·현 자유한국당 의원)를 즉시 수사하고 처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용산참사 조사 결과를 발표한 5일, 참사 당시 숨진 철거민 유가족들이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석기(당시 경찰청장 후보자·현 자유한국당 의원)를 즉시 수사하고 처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는 31일 용산참사와 관련한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수사 권고가 내려지지 않아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이날 2009년 1월 용산참사 당시 경찰이 무리한 진압을 펼쳤는지와 관련한 검찰 수사가 소극적이고 편파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또 검찰총장의 사과와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이에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는 입장문을 통해 “검찰총장 사과와 제도 개선만 권고하고, 수사 권고가 내려지지 않은 점은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진상규명위는 “검찰 조사단은 수사검사 외압 논란으로 지난 1월 말에 새로 구성됐다”면서 “강제 수사 권한도 없고 조사 기간도 짧아 애초부터 충분히 조사를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 국회와 정부가 나설 때”라면서 “철저한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특검을 비롯한 수사·기소의 권한이 있는 특별조사기구를 통해 제대로 된 재조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당시 검찰 수사팀은 “과거사위가 법원 확정판결을 부정한 채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의심을 객관적 사실처럼 발표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수사팀은 입장문을 내고 “기소된 농성자 16명은 화재원인과 형사책임을 모두 인정하고 불복하지 않았으며 상고한 9명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면서 “농성자가 던진 화염병에 의해 화재가 발생했다는 객관적으로 입증된 사실은 과거사위가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수사팀은 “경찰 진압의 많은 문제점을 밝혀내고 경찰로부터 잘못까지 시인받았으나 객관적 사실관계와 법리에 따라 형사처벌하지 못한 것”이라면서 “향후 사법절차를 통해 수사팀의 명예를 훼손한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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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기 의원, 용산참사 강제진압 정당성 주장
김석기 의원, 용산참사 강제진압 정당성 주장 자유한국당 김석기 의원이 2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용산참사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용산참사 당시 서울경찰청장이던 김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관련 영상을 보여주며 강제진압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2019.1.21 연합뉴스
앞서 검찰과거사위는 대검찰청 산하 진상조사단으로부터 용산참사 사건 조사결과를 보고받은 뒤 31일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사건 관련 철거민들과 유족들에 대한 사과를 검찰에 권고했다.

과거사위는 화재 가능성 등을 충분히 예상하고도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채 졸속으로 진압작전을 강행한 경찰지휘부에 대한 검찰의 수사 의지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경찰지휘부는 철거민들이 소지한 염산과 화염병 등 위험물질을 파악하고 있었고, 극단적인 돌출 행동도 우려되는 상황임을 이미 파악한 상태였다.

그러나 경찰특공대원들은 농성장에 다량의 시너 등 인화물질이 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 채 현장에 투입됐고, 소방차도 단 2대만 출동하는 등 화재 발생에 대한 대비가 미흡하게 이뤄졌다.

과거사위는 “당시 무리한 직업 작전을 결정·변경한 경찰지휘부에 대한 수사가 필요했음에도, 검찰은 최종 결재권자인 당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을 주요 참고인 또는 피의자로 조사할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 전 서울청장에 대해 서면 조사만을 한 뒤 ‘혐의없음’ 처분을 했다. 무리한 진압 작전의 이유와 배경을 확인할 수 있는 통신사실확인자료 요청 대상에서도 김 전 청장의 개인 휴대전화는 누락됐다.

검찰 수사에 청와대 등이 개입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당시 청와대 행정관은 경찰청 홍보담당관에게 ‘용산 사건으로 인한 촛불시위 차단을 위해 강호순 연쇄살인사건을 적극 활용하라’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또한 철거용역업체 직원의 불법행위 및 경찰과 유착관계에 대해서도 검찰이 소극적 수사를 펼쳤다고 과거사위는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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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기 의원 처벌 촉구하는 유가족
김석기 의원 처벌 촉구하는 유가족 경찰청 인권침해 진상조사위원회의 용산참사 조사 결과가 발표된 5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용산참사 유가족들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유가족이 당시 서울경찰청장이었던 김석기 의원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2018.9.5
연합뉴스
과거사위는 “용역업체 직원의 살수(撒水) 및 방화 행위에 대해 묵인·방조한 경찰의 위법행위(직무유기 혐의)에 대해서는 전혀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망자들의 시신을 유가족 동의 없이 긴급부검하도록 구두 지휘한 부분, 용산참사 당시 화재를 일으켜 경찰관 등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철거대책위 관계자들의 재판에서 변호인들의 수시기록 열람·등사를 거부한 부분 등도 사건에 대한 의혹과 불신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과거사위는 “당시 검찰 수사가 기본적으로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거나 왜곡시켰다고 보긴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거리로 내쫓긴 철거민들이 요구하는 ‘정의로움’을 충족하기엔 부족했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과거사위는 유족들에게 사전통지 없이 진행된 긴급부검과 수시기록 열람·등사 거부 등에 대해 검찰이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을 권고했다.

이와 함께 수사기록 열람·등사에 관한 교육 및 제도 개선, 긴급부검 지휘에 대한 검찰 내부의 구체적 판단 지침 마련, 검사의 구두 지휘에 대한 서면 기록 의무화 등도 권고됐다.

과거사위는 이날 심의를 끝으로 약 1년 6개월간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용산참사는 2009년 1월 19일 철거민 32명이 재개발 사업 관련 이주대책을 요구하며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 빌딩 옥상에 망루를 세우고 농성하던 중 경찰 강제진압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경찰관 1명과 철거민 5명이 숨진 사건이다.
1일 오전 용산참사 현장인 서울 용산구 남일당 건물의 철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용산참사 진상 규명과 재개발제도 개선위원회’ 회원과 희생자 유족 등 20여명은 이날 남일당 주변에 모여 “살인진압의 책임자들을 법정에 세우지 못한 채 건물이 철거되지만, 열사들의 정신은 철거될 수 없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1일 오전 용산참사 현장인 서울 용산구 남일당 건물의 철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용산참사 진상 규명과 재개발제도 개선위원회’ 회원과 희생자 유족 등 20여명은 이날 남일당 주변에 모여 “살인진압의 책임자들을 법정에 세우지 못한 채 건물이 철거되지만, 열사들의 정신은 철거될 수 없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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