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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말없이 먼저 간거야” 울음바다 된 익산 여성소방대원 장례식

“왜 말없이 먼저 간거야” 울음바다 된 익산 여성소방대원 장례식

강경민 기자
입력 2018-05-02 15:26
업데이트 2018-05-0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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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두 아들 뒷바라지한 인자한 엄마…하늘나라에서 편히 쉬길 ”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보기 드문 여성 소방대원이었어요. 누구보다 자부심이 강했는데….”

출동 현장에서 술 취한 행인에게 폭행을 당한 지 한 달 만에 숨진 전북 익산소방서 소속 구급대원 강연희 소방위의 동료들은 그를 ‘현장 전문가’로 기억했다.

2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대송장례식장에 마련된 강 소방위의 빈소에는 무거운 침묵과 울음이 교차했다. 동료들은 그의 영정사진 앞에서 고개를 떨구고 흐르는 눈물을 연신 훔치느라 말을 잇지 못했다.

전북소방본부, 익산소방서 직원 50여명은 어두운 얼굴로 조문객을 맞으며 강 소방위 마지막 길을 지켰다.

같은 소방관인 남편과 초등학생·고등학생인 두 아들은 강 소방위의 죽임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 듯 허망한 표정으로 조문객을 맞았다. 한동안 침묵이 흐르던 빈소는 오후 들어 몰려든 조문객들로 북적였다.

강 소방위의 생전 이야기를 나누다 오열하는 모습들이 빈소 여기저기서 목격됐다.

한 여성 동료는 작은 목소리로 “연희야…”를 되뇌며 두 뺨에 흐르는 눈물을 연신 닦아냈고 다른 동료는 슬픔을 찾지 못하고 급히 화장실로 몸을 숨겼다.

조문객들의 슬픔을 아는지 모르는지 강 소방위는 영정사진 속에서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제단에는 강 소방위가 생전에 입었던 근무복 두 벌이 놓여 있었다.

조문객들은 강 소방위를 ‘직장을 사랑하던 구급대원’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동료는 “첫 소방서 근무 때 강 소방위와 함께 근무했는데 유머 넘치고 싹싹한 선배였다”며 “갑자기 유명을 달리했지만 하늘 나라에서는 부디 편히 쉬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구급대원으로 현장에서 20년 가까이 활동한 분이다”며 “전문심장소생술 과정과 기본인명소생술 과정을 마칠 정도로 일에 열의가 넘치던 분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남편도 강 소방위를 ‘직장뿐만 아니라 가정에도 충실했던 아내’라고 추켜세웠다.

최태성(52)씨는 “남편 뒷바라지 마다치 않는 아내, 자녀들에게 인자한 엄마였다”며 “이렇게 혼자 보낼지는 꿈에도 몰랐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강 소방위는 지난달 2일 오후 1시 20분께 익산 한 종합병원 앞에서 술취한 윤모(48)씨가 휘두른 손에 머리를 맞았다.

그는 이로부터 사흘 뒤 구토와 어지럼증세를 보여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지난달 24일에는 뇌출혈과 폐부종 진단을 받아 수술했으나 증세가 악화해 결국 숨졌다.

익산소방서는 오는 3일 강 소방위에 대한 영결식을 거행하고 1계급 특별승진을 추서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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