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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6천원에 모두 행복”…꼼수없이 경비원 임금 올린 아파트

“월 6천원에 모두 행복”…꼼수없이 경비원 임금 올린 아파트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1-29 10:49
업데이트 2018-01-29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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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진구 광장현대8단지 경비원 월급 209만원으로 30만원 인상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 경비원 해고나 휴게시간 확대 등 각종 ‘꼼수’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일부 수도권 아파트 단지에서 아무런 조건 없이 경비원 임금을 올려 눈길을 끈다.

29일 서울 광진구의 광장현대8단지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따르면 이 아파트 주민들은 최근 경비원 월급을 지난해보다 약 30만원 오른 209만원으로 올리기로 의결했다. 올해 시간당 법정 최저임금인 7천530원을 적용한 결과다.

3개 동에 537가구의 이 아파트는 용역업체를 통하지 않고 경비원 8명을 직접 고용하고 있다. 경비원들은 24시간 격일제로 근무하며 점심 2시간, 저녁 1시간, 심야 4시간 30분 등 총 7시간30분의 휴게시간을 가진다.

경비원 임금 인상으로 각 가구에서 매달 부담해야 하는 관리비는 6천 원가량 늘어난다. 하지만 이 아파트 주민들은 경비원을 단 1명도 줄이지 않고, 휴게시간을 늘려 임금을 적게 주거나 식대·교통비 등을 삭감하는 편법도 쓰지 않기로 했다.

홍진기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2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경비원도 한 집안의 가장이고 가족을 부양해 먹고 살 수 있게 사회가 약속한 만큼의 임금을 주는 게 당연하다”며 “비싼 커피 한 잔을 안 마시면 충분히 부담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비원도 주민과 다 똑같은 사람인데 임금을 인상하면 그만큼 아파트를 잘 관리해 주지 않겠느냐”며 “혜택은 결국 주민에게 돌아가게 돼 있고, 이것이야말로 아파트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경비반장 임유성씨는 “다른 아파트야 속사정까지 알 수 없으나 TV만 틀면 뉴스에서 경비원을 해고한다는 안 좋은 이야기만 나와서 불안한 마음이 없지 않았다”며 “이렇게 결정해준 주민들이 고마울 따름”이라며 입주자대표회의의 결정을 반겼다.

경기 파주시 가람마을4단지 한양수자인아파트는 지난해 해고나 휴게시간 조정 없이 시간당 법정 최저임금을 적용해 경비원의 임금을 240만원대로 올리기로 했다.

총 13개 동에 780세대가 거주하는 한양수자인아파트에는 경비원 6명이 24시간 격일제로 근무하며 주간 2시간, 야간 3시간 등 총 5시간의 휴게시간을 보장받고 있다.

한양수자인아파트는 경비원뿐만 아니라 평일 6시간, 토요일 3시간씩 근무하는 미화원 8명과 24시간 근무하는 기전반 직원 4명의 임금에도 모두 시간당 법정 최저임금을 적용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해가 바뀌기 전부터 동대표들이 모여서 주민과 경비원, 미화원이 다 같이 함께 잘사는 아파트를 만들어보자며 임금을 인상하기로 했다”며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 단지는 최저임금 인상 등을 이유로 경비원 94명 전원을 해고하겠다는 통지서를 보냈고, 송파구 서울올림픽선수촌아파트는 경비원의 휴게시간을 늘려 월급을 190만원 미만으로 하기로 합의하는 등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으로 아파트 경비원들이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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