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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옆 불법주차 ‘빽빽’…여전히 소방차 공간 없다

현장 옆 불법주차 ‘빽빽’…여전히 소방차 공간 없다

남인우 기자
남인우 기자
입력 2017-12-26 22:24
업데이트 2017-12-26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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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전 4개도 다 차량으로 막혀
소방차 전용구역도 버젓이 주차

주변 건물 비상구도 물건 꽉 차
“이웃들 참사 보고도 안전 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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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화재 참사가 일어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인근의 한 아파트 앞에 지난 26일 차량들이 주차금지 표지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줄지어 불법 주차돼 있다. 소방 당국은 사고 발생 당시 불법 주차 차량에 길이 막혀 소방차가 우회하면서 인명 구조가 지연됐다고 밝혔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제천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대형 화재 참사가 일어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인근의 한 아파트 앞에 지난 26일 차량들이 주차금지 표지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줄지어 불법 주차돼 있다. 소방 당국은 사고 발생 당시 불법 주차 차량에 길이 막혀 소방차가 우회하면서 인명 구조가 지연됐다고 밝혔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제천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26일 낮 12시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화재사고 현장. 외벽 전체가 시커멓게 그을리고 폭격을 맞은 듯 통유리가 부서진 흉측한 건물 모습은 지난 21일 29명의 목숨을 앗아 간 참혹한 당시 상황을 실감하게 한다. 인근 몇몇 가게들은 희생자를 추모하는 현수막을 걸고 조용히 영업을 이어 갔고, 일부 노래방과 호프집 등은 슬픔을 함께하기 위해 참사 이후 5일째 문을 닫고 있었다.

하지만 참사 현장 주변의 안전의식은 아직도 부족해 보였다. 스포츠센터 동쪽 이면도로를 가 보니 양쪽으로 불법 주차한 차량 탓에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화재가 나서 소방차가 출동한다면 작은 펌프차가 겨우 지나갈 공간밖에 없었다. 인명 피해가 크게 난 원인의 하나가 불법 주차 차량이었다. 소방 당국은 견인차까지 불러 불법 주차 차량을 치우다 ‘골든타임’을 놓쳤다. ‘교훈’을 벌써 망각한 것 같다.

불법 주차 차량은 화재 발생 시 소방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설치한 소화전까지 가로막았다. 화재 현장 근처의 롯데마트 주위를 살펴보니 빨간색 소화전 4개가 모두 차량에 막혀 접근이 쉽지 않아 보였다, ‘소화전 등 소화용수 시설 주변 5m 이내에 불법 주정차할 경우 2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규정을 모르는 걸까. 소화전이 장식품처럼 보였다.

인근에 사는 주민 손모(42)씨는 “이웃들이 대형 화재로 목숨을 잃었는데도 아직도 ‘설마’ 하는 그릇된 인식이 팽배한 것 같다”며 “하소동 중심 상권인 이 일대에 주차할 곳이 없다지만 아무 일 없는 듯 불법 주차하는 것을 보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안전 불감증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스포츠센터 길 건너편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가자 주차장이 텅 비었는데도 노란색으로 그린 소방차 전용구역(가로 5m, 세로 12m)을 물고 세운 차량들이 보였다. 주민들이 귀가하는 밤이 되면 소방차 전용구역은 무용지물이 될 게 뻔해 보였다. 하지만 도로가 아니라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다. 이를 보완하려고 지난해 11월 소방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1년 넘게 계류 중이다.

비상구를 찾지 못해 스포츠센터 사망자가 많았는데도 주변 상가 건물들의 계단과 비상구는 아직도 엉망이었다. 노래방, 커피숍, 당구장 등 10여개 점포가 입주한 한 4층짜리 상가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3, 4층 사이 계단에 벽이 설치돼 더 올라가지 못했다. 불이 나 대피했다면 꼼짝없이 갇혔을 것이다.

제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2017-12-2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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