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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조사비 하향 조정에… ‘품앗이’ 부조 관행 흔들

경조사비 하향 조정에… ‘품앗이’ 부조 관행 흔들

이하영 기자
입력 2017-12-13 23:12
업데이트 2017-12-15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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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조사비 정해주는 나라 우리뿐…10만원 줬는데 5만원 받아” 울상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령에 명시된 ‘경조사비’ 상한액이 10만원에서 5만원으로 하향 조정되면서 공직사회 안팎에서는 볼멘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우리 사회에 뿌리 내리고 있는 ‘부조 관행’이 또 한번 크게 흔들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3일 청탁금지법 적용을 받는 공직 사회와 국공립 대학 관계자들은 “경조사비 액수를 정부가 정해 주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뿐”이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가족·친척·지인의 결혼식과 돌잔치, 장례식 등에서 부조를 하는 관행은 과거 ‘품앗이’ 전통에서 유래했다. 목돈이 드는 경조사를 치르는 데 십시일반 도움을 주면서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눈다는 취지다. 돈의 액수는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경조사비가 가계에 다소 부담이 되더라도 흔쾌히 낼 수 있었던 것도 내가 경조사를 맞았을 때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내년 4월 결혼을 앞두고 있는 9급 공무원 이모(28)씨는 13일 “공무원 동기끼리는 경조사를 맞는 사람에게 10만원씩 부조를 하기로 약속했는데, 저는 5만원만 받아야 한다니 속상하다”고 말했다. 광주 지역 중학교 교사 김모(39)씨는 “친한 동료 교사가 상을 당했을 때 20만원을 냈었는데, 나중에 저는 5만원만 받게 된다면 억울할 것 같다”고 했다.

서울의 한 구청 공무원인 박모(29)씨는 “그동안 친한 사람에게는 10만원, 아는 사이지만 그렇게 친하지 않은 사람에겐 5만원씩 내 왔는데 이번 개정으로 선택지가 하나로 줄어버린 느낌”이라고 말했다. 언론인 유모(35)씨는 “결혼할 때 정리한 축의금 장부에는 10만원 낸 사람과 5만원 낸 사람이 섞여 있는데, 앞으로 10만원을 낸 지인이 경조사를 맞았을 때 5만원을 내면 서운해할 것 같고 10만원을 내면 법 위반이 되니 참 난감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화훼 농가를 고려해 화환·조화는 10만원까지 가능하도록 한 것도 논란을 낳고 있다. 10만원짜리 꽃을 보낸다면 부조는 할 수 없다. 부조금으로 5만원을 내면, 꽃은 최대 5만원까지 할 수 있다. 만약 부조금으로 6만원을 내고 4만원짜리 꽃을 보내면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한다. 하지만 부조금으로 4만원을 내고 6만원짜리 꽃을 보내면 청탁금지법을 준수한 셈이어서 ‘조삼모사’가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2017-12-1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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