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받은 인권위 권고… 부처들 적극 수용 검토

힘받은 인권위 권고… 부처들 적극 수용 검토

명희진 기자
명희진 기자
입력 2017-05-30 22:28
수정 2017-05-31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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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살수차 지침 개정’ 내놓고 시위·집회 채증 외부 참여 검토

법무부·복지부서도 개선 서둘러… 일부 공무원들 “현장 모른다” 불만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 부처에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수용률을 높이라고 지시한 뒤로 정부 부처들이 거부했던 권고를 재수용할지 ‘장고’(長考)에 돌입했다. 경찰이 발빠르게 살수차 운용지침 개정안을 내놓은 가운데 보건복지부와 법무부도 각각 보건소장 의사 우선 채용에 대한 개선안, 난민인정심사 개선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다만 이런 입장 변경에 대해 공무원 내부에서는 오락가락 기조라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30일 복지부 관계자는 “보건소장에 의사를 우선 채용토록 한 지역보건법 시행령 개정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보건소장에 의사를 우선 채용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지적한 인권위 권고에 “지역보건법 시행령 개정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라고 답했던 것과 정반대의 입장 변화다. 해당 권고는 인권위가 2006년에 이어 두 번째 한 것이다. 지난 25일 청와대의 ‘인권위 강화 방안’ 발표 이전에 나온 마지막 권고였다는 점에서 복지부가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인권위 권고에 대한 수용·불수용 통보는 통상 90일 이내에 이뤄진다.

경찰은 좀더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살수차 운용지침 일부 개정안 초안을 마련해 국회와 협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시위·집회 채증 자료 분석에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인권위가 개정 권고를 한 사안으로, 당시 경찰은 “채증 자료는 정보공개법상 ‘비공개 대상 정보’로, 외부에 공개하면 수사의 공정성이 저해되거나 제2, 제3의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며 거부했다.

법무부는 인권위의 난민인정심사 개선 권고에 대해 재검토에 들어갔다.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난민심사 회부 비율을 높이라는 취지의 난민인정심사 개선권고 다섯 가지 중 두 가지만 수용하겠다고 통보했다. 당시 인권위는 법무부 회신에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며 사실상 ‘불수용’으로 판단한 바 있다.

이런 변화에 대해 일부 공무원들은 현장을 너무 모른다고 호소했다. 한 경찰은 “이미 정당한 수사의 경우도 피의자가 청문감사관실에 민원을 넣으면 일단 정지된다”며 “또 범인 검거 시 인권 문제를 피하려고 소극적으로 대응하다 폭력을 당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이창수 한국법인권사회연구소 대표는 “우선 행정부처의 인권 의식이 개선돼야 하지만 권고수용률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며 “인권위 스스로도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것은 아닌지 평가하고, 부처의 불수용을 개선하기 위해 후속 조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2017-05-3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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