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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 앞두고 산불 진화에 뛰어든 베테랑 헬기조종사

전역 앞두고 산불 진화에 뛰어든 베테랑 헬기조종사

입력 2017-05-09 18:05
업데이트 2017-05-0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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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항공작전사령부 헬기 교관 김경호 준위 “빨리 진압못해 안타깝다”

“위험하거나 고생했다는 말은 민망합니다. 군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임무죠. 산불로 집이 불에 타 없어진 국민이 정말 힘드실 겁니다”

지난 6일 발생한 강릉·삼척 등 강원 동부지역 산불진화 작전에 7일부터 투입됐다가 불이 완전히 진화된 9일 오후 이천 부대로 복귀한 육군 항공작전사령부 소속 시누크 헬기 표준교관 조종사 김경호(55) 준위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산불진화에 위험한 순간들이 많았지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는 일념으로 최선을 다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는 8월 1일 전역을 앞둔 그는 굳이 이번 작전에 참가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으나 자청해서 자신이 조종을 가르치고 평가하는 제자뻘인 조종사들과 함께 작전에 투입됐다.

이번 산불진화 작전에는 육군항공작전사령부 소속 헬기 조종사와 부조종사. 승무원 등 198명이 참가했다. 또 헬기 54대가 투입돼 754 소티(sortie·1회 출격 횟수)를 기록했다.

국내 헬기 조종사 가운데 최고수준인 6천500시간 비행기록을 가진 김 준위는 30년 이상 복무하면 전역 후에도 동원되지 않는 지위를 얻음에도 자신은 예비역으로 작전에 참가하겠다고 군에 요청, 후배들로부터 ‘참 군인’으로 평가받는다.

다음은 김 준위와의 일문일답.

-- 산불이 오래가면서 피해가 컸다.

▲ 보통 5월은 산불이 크게 안 나는 시기인데 건조기가 오래가다 보니 큰불이 났다. 불에 타고 있는 낙엽 위로 아무리 물을 뿌려도 나무 잎사귀가 우거져 불로 물이 제대로 투하되지 않아 어려움이 컸다. 아무리 물을 뿌려도 꺼지지 않아 무척 안타까웠다. 그래서 헬기 3∼4대가 무리 지어 작전을 수행해 물을 집중적으로 투하하면서 불길을 잡았다.

-- 산불이 지속되면서 국민의 안타까움이 컸는데.

▲ 밤에는 시야 때문에 항공작전을 하지 못했다. 월요일 아침이 되니까 바람이 25노트로 계속 불어 잡은 불이 원위치가 돼 버렸다. 조금이라도 일찍 불길을 잡았어야 국민에게 걱정을 안 시키는데 그게 안타까웠다. 큰불은 우리가 잡고 동시에 지상에서 잔불 작전을 해야 하는데 산 경사로가 사람이 접근하지 못할 정도로 심해 진화에 어려움이 많았다.

-- 평소 군에서 산불진화훈련을 하나.

▲ 산림청에서 산불진화용 헬기를 도입하기 전부터 군에서는 산불진화 훈련을 해왔다. 평소에도 이런 산불 같은 재난 상황 발생 시 대민지원을 위해 훈련을 하고 있다.

-- 위험이 수반되는 진화작전이었는데.

▲ 헬기가 낮게 내려가서 물을 담은 뒤 다시 낮게 불에 접근해야 정확히 물을 투하할 수 있다. 그런데 고압선과 연기, 운무 때문에 조종사의 시야 확보가 안 돼 위험 발생 가능성이 컸다. 안타깝게도 산림청 소속 헬기도 이 때문에 추락해 정비사가 돌아가셨다. 이런 위험 때문에 산불진화가 군작전에서는 가장 상위위험이고, 가장 뛰어난 조종사가 작전에 투입된다.

-- 작전 중 위험했던 순간이 있었나.

▲ 연기 속에서 근접 항공기를 만난다. 또 연기 속으로 진입하고 나서 앞이 안 보이면 계기비행으로 전환하는 데 연기 밖으로 나왔을 때 갑자기 눈앞에 다른 헬기가 나타나면 약속된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위험을 피한다. 매 순간 위험하게 접근한다.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다. 아무도 (위험 속으로) 안 들어가면 누가 작전을 하나.

-- 산불과 관련해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산불 진화를 할 수 있는 장비 가운데 헬기에서 물을 담는 버킷은 군 자산이 아니다 보니 산림청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구매해 군에 위탁한다. 큰 산불 발생시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진화할 수 있도록 장비확보에 지혜롭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항공과 지상 작전의 병행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불을 내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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