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마음으로 떠날 수 있게 됐다” 3년간 팽목항 지킨 사람들

“좋은 마음으로 떠날 수 있게 됐다” 3년간 팽목항 지킨 사람들

입력 2017-03-31 10:58
업데이트 2017-03-3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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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서 가족과 함께한 봉사자들의 위로와 헌신 ‘감동’

“하나둘 시신을 찾고 진도 체육관과 팽목항을 떠나가는 걸 보며, 나라도 끝까지 남은 사람들과 함께해야겠다고 결심했죠.”

3년간 팽목항에서 미수습자 가족들과 동고동락하며 컨테이너로 된 가족식당에 들어오는 가족들을 말없이 반겨주는 김성훈씨는 이곳에서 ‘해남 삼촌’으로 통한다.

세월호 희생자 진윤희(단원고 2학년 9반)양의 삼촌인 김씨는 전남 해남으로 귀농해 살다가 세월호 참사가 터진 직후 멀리 있는 가족들을 대신해 팽목항으로 달려왔다.

참사 6일만인 2014년 4월 22일 윤희양의 시신을 찾았지만 김씨는 가족들과 텐트에서 아이들 이름을 모두 적고 “다 나올 때까지 떠나지 말자”고 했던 약속이 마음속에 맴돌아 이곳을 떠날 수 없었다.

그는 팽목항에 남아 식사준비, 분리수거는 물론 가족들을 태우고 병원이나 광화문까지 다녀오는 일 등 궂은일도 마다치 않았다.

시간을 낼 수 있을 때마다 내려와 함께하는 봉사자들도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많은 힘이 돼줬다.

안산에서 자원봉사를 하다가 팽목항에 내려와 봉사한 김명봉(37)씨는 정겨운 대구사투리로 가족들에게 웃음을 주고 찌개와 조림도 뚝딱 끓여낸다.

노란리본을 나누자는 취지로 결성된 ‘0416 노란리본 클럽’ 회원들과 전남에서 활동하는 자원봉사자들, 직장에 휴가를 내고 틈날 때마다 내려오는 무명의 봉사자들도 있다.

이들은 미수습자 가족들과 똑같은 바람을 가지고 가족들이 속상해할 때면 말 한마디 없이 그저 곁을 지켜주고 때로는 “가족 찾아가야 할 것 아니냐. 정신 차려라”고 소리치며 가족들을 위로했다.

가족들은 이들 봉사자에 대해 “사람들은 가족 같다고도 하는데 가족은 아니고 친구”라며 “가족한테는 너무 슬퍼서 하지 못하는 얘기를 터놓고 할 수 있는 친구다. 이런 분들 덕분에 우리가 견딜 수 있었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31일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옮기게 되면서 김씨를 비롯한 봉사자들은 가족들의 이사를 함께 도왔다.

김씨는 9명의 미수습자를 모두 찾을 때까지 곁을 지켜주기 위해 목포신항 인근에 거처를 구해 미리 짐을 옮기기도 했다.

목포신항이 국가 주요 보안시설구역이라 사전에 허가를 받은 현장 관계자, 취재진, 가족들 외에는 출입이 통제되지만 김씨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족들과 함께할 예정이다.

김씨는 “그냥 다른 사람들이 다 떠나더라도 같이 있어 주겠다는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며 “그동안 인양되고 미수습자들을 모두 찾아 떠나기만을 기다려왔기 때문에 좋은 마음으로 떠나게 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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