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만 힘드나, 우리도 지친다” 교원 명퇴률 탑3 ‘국영수’

“학생만 힘드나, 우리도 지친다” 교원 명퇴률 탑3 ‘국영수’

입력 2017-03-19 11:22
업데이트 2017-03-19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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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위주 교육체제 속 보충수업·잡무·야자 관리 ‘파김치’

정년을 마치지 않고 명예퇴직하는 중등 교사 중 국어와 영어, 수학 등 ‘빅3’ 과목 교사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의 경우 중등 교사의 약 40%가 국·영·수 교사라는 점에서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국·영·수 중심의 현행 입시 위주 교육체제에서 이들 과목 교사들의 강도 높은 근무 여건과 연결하는 시각도 있다.

19일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2014년 8월 말부터 지난 2월 말까지 도내에서 41개 과목 568명의 중등 교사가 명예퇴직했다.

구체적으로 2014년 8월 말 212명, 2015년 2월 말 152명, 2015년 8월 말 58명, 작년 2월 말 55명, 작년 8월 말 27명, 지난 2월 말 64명이다.

과목별로는 국어가 78명으로 가장 많았고, 수학(68명)과 영어(59명)가 그 뒤를 이었다.

이어 체육(40명), 가정(34명), 도덕·윤리(25명), 미술(23명), 진로진학상담(22명), 지리(21명), 화학(19명), 일반사회(18명), 상업정보(17명) 등 순으로 나타났다.

‘빅3’ 과목으로 불리는 국영수를 묶으면 205명에 달해 전체 36.1%를 차지한다.

명예퇴직 사유는 복합적이어서 딱 잘라 말할 수는 없다. 오랜 교직 생활에 심신이 지치거나 건강, 부모 봉양 등 각종 사유로 명예퇴직을 선택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는 공무원연금법 개정 문제로 교단에 명예퇴직 열풍이 불었다.

일부 고참 교사들은 토의·토론 등 변화하는 수업 패턴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학생 생활지도의 어려움으로 명예퇴직을 신청했을 수 있다.

도교육청의 한 장학사는 “아이들을 잘못 혼냈다가는 큰일 나는 요즘 세태에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받는 스트레스가 엄청나다”며 “정년 이전에 교단을 떠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다만 국·영·수 교사는 다른 각도에서 명예퇴직의 원인을 살필 수 있다.

청주 A고의 과목별 주당 수업시수는 768시간이다. 이 가운데 국·영·수 수업시수는 389시간이다. 국·영·수 수업시수 비율이 50.7%이다. 국·영·수 교사들의 평균 수업시수는 17시간이다.

물론 보충수업은 뺀 것이어서 이 학교 국·영·수 교사들의 주당 수업시수는 30시간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쳤던 한 장학사는 “정규 23시간, 보충수업 10시간 등 한 주에 33시간을 수업했다”고 전했다.

이 장학사는 “담임을 하면서 하루 6시간 정도 수업하고 잡무까지 처리하는 것은 초인적인 인내가 요구된다”며 “그나마 야간 자습을 하는 고교보다는 사정이 나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30년 안팎의 반복된 격무에 몸에 이상이 생기거나 체력적 한계를 느껴 명예퇴직의 길에 나선 국어·영어·수학 교사들이 다수 있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실제 2014년 8월 말 이후 명예퇴직한 국·영·수 교사 205명 중 25.9% 53명은 ‘질병’을 명예퇴직 사유로 신청서에 적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입시 위주의 교육이다 보니 국·영·수 선생님들의 수업 부담이 클 수밖에 없고, 생활기록부 기재에 생활·입시지도까지 하느라 체력적으로 굉장히 힘들 것”이라며 “격무에 시달리는 교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한 힐링 프로그램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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