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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파동에 통닭도 ‘수난’…수원 통닭거리 매출 반토막

AI 파동에 통닭도 ‘수난’…수원 통닭거리 매출 반토막

입력 2017-01-10 10:56
업데이트 2017-01-1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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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 텅텅 비고 예약 주문 취소 잇따라…“봄되면 공급물량 걱정”

날마다 ‘사상 최악’이라는 수식어를 경신하고 있는 조류 인플루엔자(AI) 파동에 수원 명물 ‘통닭 거리’가 위축되고 있다.

주말마다 매장 앞에 길게 늘어섰던 줄은 이번 겨울 동안 사라졌고, 쉴 새 없이 밀려드는 주문에 눈코 뜰 새 없었던 홀 안 풍경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상인들은 곧 다가올 봄에 ‘산란계와 달걀의 대규모 처분으로 생닭 물량이 부족해 도매 가격이 폭등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에 냉가슴을 앓고 있다.

치킨집 특성상 10월부터 2월까지가 비수기라고 쳐도 지난 9일 점심시간에 찾은 통닭 골목은 사람들의 왕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휑했다.

수원 통닭 거리에서 매출 규모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A통닭집 안에는 손님 3∼4명이 고작이었다.

지난해 11월 말 해남과 음성에서 AI가 확진된 이후 12월 매출은 반 토막 났다.

마침 프라이드치킨 한 마리를 포장 주문하러 온 20대 여성은 가마솥에서 섭씨 180∼200도로 펄펄 끓는 기름을 보고 있으면서도 사장에게 연신 “치킨 먹어도 조류독감에 안전하죠?”라고 묻는 등 불안감을 드러냈다.

A통닭집 대표 최모(53)씨는 “인근에 수원화성 등 관광지가 있어 주말이면 가족, 친구 단위 손님들이 문 앞에서 길게 줄지어 기다리곤 했는데 이번 겨울에는 줄은커녕 빈 테이블이 많다”라면서 “단체 주문도 평소 20여 건에서 12월에 한 건으로 뚝 떨어졌다”고 푸념했다.

이어 “시중에 거래되는 닭은 안전하고 섭씨 70도 이상에서 익혀 먹으면 괜찮은데도, 하루가 멀다고 언론에 도배되는 AI 소식에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져 소비 촉진이 잘 안 되는 것 같다”며 “날이 풀려 하루빨리 AI 국면이 진정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비슷한 시각 주변 B통닭 가게를 살펴보니 50여 테이블 가운데 손님은 한 테이블이 전부였다.

8년째 통닭 골목을 지키고 있다는 B가게 사장은 “국정혼란 등 경기침체로 운영이 힘든 상황에서 AI까지 겹쳐 매출이 50%가량 줄었다고 보면 된다”며 “이번 겨울에는 유난히 통닭 골목을 지나는 사람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달·포장 전문 이웃 C통닭집 대표는 “단체 배달 예약 주문을 받을 때 평소 같으면 취소가 있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지난해 12월에는 유달리 취소 전화가 많았다”면서 “손님들이 취소 이유를 거론하진 않지만, AI로 인한 불안감 때문으로 짐작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10월 통닭 거리에 새로 문을 연 한 새내기 치킨집은 이달 초부터 일주일 넘게 영업하지 않고 있다.

상인들은 “자세한 내부상황은 모른다”면서도 “비수기에 AI까지 겹쳐 영업이 어려워진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날 해당 가게는 별다른 영업 안내문 없이 출입문만 굳게 잠겨있었다.

하지만 통닭 거리 상인들의 걱정은 AI로 감소한 손님뿐만이 아니다.

지금은 수요 자체가 줄어 닭고기 물량이 부족하지 않으나, AI 여파가 가신 뒤 날이 풀리면 자연스레 느는 수요를 맞출 닭고기가 부족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병아리가 육계로 거래되려면 최소 45일은 지나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AI로 산란계 2천300만 마리가 도살됐으며, 달걀은 거의 내버려지다시피 하고 있다.

도매 업계에서는 2월 중순을 기점으로 생닭 거래가가 지금보다 60∼70% 정도 오를 것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한 상인은 10일 “통닭 골목 가게들은 대부분 국내산 생닭을 사용하고 있어 도매가가 인상되면 큰 타격을 입는다”면서도 “손님들이 통닭 골목을 찾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국내산 닭고기를 푸짐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어서 통닭값을 올리기도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수원 통닭 거리는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에 있는 100m 남짓한 작은 골목으로 47년 전통을 지닌 가게부터 1년도 채 안 된 신생업체까지 모두 10여개 통닭집이 모여있다.

옛날 방식으로 가마솥에서 튀겨지는 닭은 가격이 평균 1만4천원으로 저렴해 관광객은 물론 주머니가 가벼운 서민들이 즐겨 찾는 ‘명물’로 자리 잡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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