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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시험 코 앞인데” 치매노인이 로스쿨생 법률책 들고 가

“변호사시험 코 앞인데” 치매노인이 로스쿨생 법률책 들고 가

입력 2017-01-05 11:07
업데이트 2017-01-05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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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점정리한 책 꼭 찾아달라” 요청…경찰, 나흘 만에 책 찾아 줘

“변호사시험 며칠 안 남았는데…. 그동안 공부한 핵심 요약정리 내용이 책 안에 담겨 있어요. 꼭 찾아주세요.”

되찾은 변호사 시험 응시생의 책
되찾은 변호사 시험 응시생의 책 5일 광주 북부경찰서는 오는 10일 변호사 시험에 응시하는 20대 법학전문대학원생의 법률서적을 훔쳐간 치매 노인을 찾아 피해자에게 시험 자료를 되돌려 줬다고 밝혔다. 사진은 경찰이 되찾은 로스쿨의 법률 서적과 소지품의 모습.
광주 북부경찰서 제공
지난 30일 오후 광주 북구의 한 원룸촌에서 A(27·여)씨의 다급한 신고전화가 경찰 112상황실에 접수됐다.

A씨는 광주의 한 대학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이다.

오는 10일부터 나흘 동안 서울에서 열리는 ‘제6회 변호사 시험’에 응시하려던 A씨는 그동안 공부한 성과를 모두 쏟아 붙고자 광주의 살던 곳을 정리하고 서울에 올라가기로 했다.

수십 권의 법률 서적 중 외우고 이해해 머릿속에 고이 담아둔 내용의 책은 버리려고 따로 빼놓았다.

시험 직전까지 되새김질하려고 요약정리한 법률 서적과 요약본 11권은 서울에 가져가려고 원룸 밖에 잠시 내놨는데 이게 문제였다.

잠시 한눈판 사이 A씨의 책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없어진 법률 서적 요약본에는 책에 줄 긋고, 쪽지에 메모한 A씨의 오랜 기간 고시공부의 성과가 고스란히 정리돼 있었다.

변호사 시험 합격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책을 눈 깜짝할 사이에 도난당한 A씨는 발만 동동 굴렸다.

A씨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변호사 시험 직전까지 공부해야 할 내용을 요약한 소중한 책이다”며 “꼭 찾아달라”고 간절하게 부탁했다.

광주 북부경찰서 강력 7팀은 즉각 수사에 나섰다.

방범용 CCTV에 찍힌 희미한 용의자의 이동 동선을 확인한 강력팀 형사들은 용의자가 책을 들고 사라진 골목길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주변 주택의 초인종을 눌러 가가호호를 탐문한 경찰은 사건 발생 나흘 만에 범인을 붙잡았다.

범인은 90대 치매 노인으로 폐지를 모아 팔려고 원룸 앞 골목길에 내놓은 책을 가지고 간 것으로 드러났다.

책을 되찾았다는 소식을 A씨에게 전한 경찰은 치매 노인 자택의 마당에서 법률 서적을 찾아내 가장 빠른 등기우편으로 서울에 있는 A씨에게 보냈다.

A씨는 “책이 없었으면 시험을 망칠 뻔했다”며 경찰관들에게 거듭 고마움을 표했다.

예비 변호사의 법률 서적을 찾아 준 경찰은 “A씨가 시험 직전까지 열심히 공부해 합격소식을 전해줬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경찰은 치매노인에 대해서는 온전치 못한 정신으로 길가에 놓인 책을 훔쳐간 점을 참작해 검찰에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를 검토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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