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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탄핵사유 ‘전부 또는 일부만 판단’ 놓고 ‘갑론을박’

헌재 탄핵사유 ‘전부 또는 일부만 판단’ 놓고 ‘갑론을박’

입력 2016-12-12 11:13
업데이트 2016-12-1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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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선 “일부만 심리”…상당수 “사실관계 파악 중요·절차적 정당성 필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의 결론이 언제 어떻게 날지 관심을 끄는 가운데 헌재가 탄핵 소추 사유 중 일부만을 검토해 신속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끈다.

하지만 국회가 제기한 소추 사유 중 일부만으로 결론을 내릴 경우 탄핵심판 제도의 본질을 벗어나고 절차적 정당성에 어긋날 우려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12일 법조계와 시민사회에서는 헌재가 박 대통령 탄핵 소추사유 중 혐의가 분명한 부분을 집중 심리해 심판 결과를 신속히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을 두고 첨예하게 이견이 대립한다.

헌재에 9일 접수된 탄핵소추 의결서는 박 대통령의 소추사유로 크게 헌법 위배행위 5건, 법률 위배행위 4건을 규정했다.

헌법 위배행위는 ▲ 최순실 등 측근에게 공무상 비밀 문건 유출 및 이러한 과정을 통해 권력을 남용하고 사기업을 강요해 국정 농단 부정을 저지르고 국가 권력과 정책을 사익추구 도구로 전락 ▲ 최순실 등 측근 부정 인사 및 각종 이권과 특혜를 받도록 방조·조장 ▲ 사기업에 금품 출연 강요 및 임원 인사 간섭 ▲ 언론 탄압 및 보도 통제·위축 ▲ 세월호 구조 부작위(아무런 역할을 수행하지 않은 것) 등 5건이다.

이들 행위는 헌법의 국민주권주의(1조) 및 대의민주주의(67조 1항), 법치국가원칙, 헌법수호 및 헌법준수의무(66조 2항, 69조), 직업공무원제도(7조), 공무원 임면권(78조), 평등원칙(11조), 재산권 보장(23조 1항), 직업선택의 자유(15조), 국가의 기본적 인권보장 의무(10조), 시장경제질서(119조 1항), 언론의 자유(21조) 등 12개 조항을 어긴 것이라고 의결서는 지적했다.

법률 위배행위는 ▲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모금 관련 범죄 ▲ 롯데그룹 추가 출연금 관련 범죄 ▲ 최순실 등에 대한 특혜 제공 관련 범죄(KD코퍼레이션, 플레이그라운드, 포스코, KT, 그랜드코리아레저 관련) ▲ 문서유출 및 공무상 취득한 비밀 누설 관련 범죄 등 4건이다.

이들 행위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죄(뇌물수수 또는 제3자 뇌물수수), 형법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 형법의 강요죄, 형법의 공무상 비밀누설죄 등 4개 조항 위반에 해당한다고 의결서는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심판 결정이 늦어져 국정혼란이 장기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이중 일부만으로도 대통령에 대한 파면이 정당하다고 판단되면 즉시 탄핵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신속한 결론’을 주문하는 입장은 탄핵심판이 대통령의 권한정지 상태를 최대한 빨리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춰 진행해야 하므로 일반 형사소송 절차와는 구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헌법연구관 출신 변호사는 “탄핵심판은 피소추자의 유·무죄를 따져 처벌하는 절차가 아니라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계속하는 것이 정당한지를 따지는 절차”라며 “기각 결정을 한다면 제기된 사유를 다 따져봐야 하겠지만, 소추사유 중 하나라도 파면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즉시 탄핵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헌법 전공 로스쿨 교수도 “형사재판처럼 양형을 정하는 절차가 아니므로 소추사유 하나라도 파면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제도 취지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상당수 헌법전문가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최대한 형사소송 절차에 부합하도록 심판을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회가 제기한 탄핵소추 사유 가운데 헌재가 임의로 선별해 판단하는 것은 헌법이 추구하는 절차적 정당성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한 헌재 관계자는 “확실한 사유 몇 개만으로 탄핵 인용 결정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편하게 얘기하는 분들도 있다”면서 “하지만 (중대하고 민감한 사안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나중에 뒷말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탄핵심판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더라도 일단 제기된 소추사유에 대해서는 헌재가 모두 충실히 심리해야 한다는 취지다.

또 다른 헌법학 교수도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비선출직인 헌법재판관들이 파면 결정하는 것이므로 무엇보다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돼야 한다”며 “국회가 제기한 모든 소추사유를 충분히 검토한 후 결론을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의 심판 절차에 관해선 헌재법 규정이 적용되고, 헌재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민사소송 법령을 준용한다. 다만, 탄핵심판에는 형사소송 관련 법령을 준용한다.

헌재는 이와 관련, 내부 지침 등을 통해 “탄핵심판 절차에는 모든 재판 절차에 공통적인 요소, 형사재판적인 요소, 징계절차적인 요소가 혼재돼 있다. 상이한 여러 절차적 요소들을 적절히 배분하고 조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태도를 보인다.

그러면서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우선 준용하도록 한 입법 취지, 탄핵심판 절차는 피소추자를 공직에서 파면하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하는 절차인 점, 형사소송 절차를 통해 소추 사실을 밝히는 것이 피소추자의 절차적 기본권을 충실히 보장하게 된다는 점 등에서 일차적으로 형사소송 법리를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혀 절차적 정당성 확보에 무게를 뒀다.

탄핵심판에서 소추사유를 꼼꼼히 살펴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견해는 이 같은 입장을 토대로 한다. 다만 사안의 중요성과 국민의 관심을 고려해 가능한 범위에서는 신속한 절차 진행이 이뤄질 전망이다.

앞서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이 10일 출근하면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바르고 옳은 결론을 빨리 내릴 수 있도록 주심 재판관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것처럼 ‘바르고 옳은 결론을 빨리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게 헌재의 당면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이 밖에 대통령에 대한 특검 수사가 진행 중이고 관련 공범들의 재판도 아직 사실심인 1심 법원에 계류 중인 점은 변수다. 심리에 법원의 재판자료와 검찰의 수사자료가 필요하지만, 현행법상 진행 중인재판과 수사 관련 자료를 헌재가 무조건 요청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 헌법연구관 출신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의 경우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이 적었고 대부분 평가의 영역에 관한 부분이어서 심리가 신속하게 진행됐다. 통진당 해산 사건에서도 해산 청구의 당사자가 정부(법무부)였기 때문에 자료 협조가 잘 됐다”며 이번에는 특검 등과의 협조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증거조사가 어느 정도 수준으로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한 헌재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새로운 증거나 증인이 계속해서 나올 수 있다”며 “헌재는 이에 대한 증거조사를 소홀히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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