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 뺨치는 폭주’ 스피드에 중독된 불법 경주 운전자

‘할리우드 영화 뺨치는 폭주’ 스피드에 중독된 불법 경주 운전자

입력 2016-11-09 10:30
수정 2016-11-0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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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대학생·농민·사업가 직군도 다양…주말마다 모여 불법 경주

어둠이 짙게 내려앉으면 휘황찬란한 조명으로 둘러싸인 차량 두 대가 수신호와 함께 직선으로 뻗은 도로를 굉음을 내며 내달렸다.

시속 200∼300㎞로 달리는 차들은 400m를 통과하는데 30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할리우드 영화 ‘분노의 질주’의 한 장면 같은 이 레이싱은 전북 군산 새만금 방조제 도로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현실’이다.

슈퍼카인 람보르기 가야르도(시가 4억원)를 소유한 철강업체 대표 김모(37)씨 등 64명은 2014년부터 최근까지 주말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불법 레이싱 경주를 벌였다.

이들은 단속 카메라가 없고, 차량 통행이 적은 새만금 방조제 직선 2㎞ 구간에서 불법 경주를 했다.

경주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시속 200∼300㎞로 주행이 가능한 슈퍼카와 슈퍼카가 없으면 차량을 불법 개조해 출력을 높인 차량을 사용했다.

경주에 참가한 차량은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닛산 GT-R, 벤츠C63-AMG, E63-AMG, BMW-M3, 폭스바겐 시로코R, 포르쉐 등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했다.

슈퍼카를 따라잡기 위한 불법 개조는 1천600㏄ 차량을 500마력으로 높일 만큼 무모했다. 개조 비용으로 1천만원이 넘는 돈을 투자한 운전자도 있었다.

또 경주하기 위해 출발선에 차를 댈 때는 역주행도 서슴지 않았다.

이들이 주로 한 경주는 롤링과 드래그로 레이싱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방식이다.

롤링은 차량을 서행하다가 수신호가 떨어지면 특정 구간을 가속해 빠르게 주파하는 사람이 이기는 경기다.

드래그는 차량을 출발선에 멈춘 상태에서 출발해 누가 먼저 목적지에 도달하는지 겨루는 경기다.

불법 경주에 참여한 사람들은 자동차과에 다니는 대학생, 공무원, 사업가, 농민 등 다양했다.

이들은 특별히 약속 장소와 시간을 정하지 않더라도 주말 밤에 같은 장소에 모여 속도감을 즐겼다.

경주에 참가한 운전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우리가 남을 다치게 하거나 사고를 낸 것도 아니고, 차량이 거의 다니지 않는 시간대에 경주했을 뿐”이라며 잘못을 뉘우치지 않았다.

그러나 경찰 조사결과 지난해 2월과 9월 경주가 있던 시간대에 사망사고가 2건 발생했다.

또 불법 개조로 듣기 거북할 정도로 소음이 발생해 다른 운전자를 위협하고, 과도한 배기가스 배출로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등 피해가 크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사고 두 건과 관련해 불법 경주와 관계가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며 “설령 사고가 나지 않더라도 이 같은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라고 말했다.

전북경찰청 교통사고조사계는 9일 불법 경주를 한 김씨 등 64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차량을 불법 개조한 업자 박모(34)씨 등 4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상습적으로 불법 경주에 참가한 차량 3대를 압수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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