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선 ‘뇌물 검사장’ 진경준, 직업 묻자 “없다”

법정에 선 ‘뇌물 검사장’ 진경준, 직업 묻자 “없다”

입력 2016-08-16 15:31
수정 2016-08-1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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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동기 ‘진경준 다소 여유·김정주 긴장’…호화 변호인단 대응

“(피고인의) 직업은요?” “현재 없습니다.”

16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509호 법정. 검찰 68년 역사상 최초로 현직 검사장 신분으로 구속기소되고 해임 처분을 받은 진경준(49) 전 검사장은 직업을 묻는 재판장의 말에 이렇게 대답했다.

진 전 검사장은 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이날 열린 뇌물수수 혐의 사건의 첫 공판준비기일에 모습을 나타냈다.

푸른색 수의와 흰 운동화 차림의 진 전 검사장은 법무부 호송차량을 타고 법정에 7분 가량 일찍 도착해 재판을 기다렸다.

자신이 기소했던 많은 범죄자의 단죄를 주장했던 법정에서 피고인 신분으로 선 진 전 검사장은 긴장한 듯 이를 꽉 깨물었다 풀기를 반복하며 재판을 기다렸다.

그는 자신을 기소한 후배 검사들을 잠시 응시하기도 했다.

재판이 시작되자 재판장 지시에 따라 넥슨 창업주 김정주(48) NXC 회장도 방청석에서 자리를 옮겨 진 전 검사장의 옆자리로 옮겨 앉았다. 구속 상태인 진 전 검사장과 달리 불구속 기소된 김 회장은 검은 양복에 흰 셔츠, 넥타이를 갖춰 입고 나왔다.

진 전 검사장은 서울대 86학번 동기인 김 회장이 옆자리에 앉자 희미하게 웃어 보였지만, 김 회장은 괴로운 심정을 드러내듯 고개를 떨궜다.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김 회장은 긴장한 듯 고개를 떨군 채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있었다. 옆자리에서 허리를 세우고 정면을 응시한 진 전 검사장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재판이 끝난 뒤에도 김 회장은 “진 검사장과 함께 재판을 받게 된 심경이 어떤가?”, “혐의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미리 준비한 흰색 카니발 차를 타고 돌아갔다.

반면 진 전 검사장은 재판이 끝난 직후 법정을 떠나기 전 자신의 변호인과 귓속말로 짧게 대화를 주고받는 등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각각 법원 출신으로 대형 로펌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일했거나 현재 소속된 변호인을 선임했다.

진 전 검사장의 변호인은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23년 간 일한 뒤 지금은 중소 로펌 대표변호사로 활동 중이며 과거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 때 정몽구 회장, 삼성 에버랜드 사건 때 이건희 회장 등을 변호한 경력이 있다.

김 회장의 변호인으로는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했던 판사 출신으로 형사사건 경험이 풍부한 김앤장 변호사 2명이 선임됐다.

이날 재판은 진 전 검사장 측 변호인이 “기록 복사가 덜 돼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다”고 밝혀 시작한 지 17분 만에 별다른 진전 없이 끝났다.

취재진과 NXC 관계자 등이 법정에 몰려 방청석 34석을 모두 채우고도 2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선 채로 재판을 지켜봤지만 분위기는 차분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12일 2회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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