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전에 미지근한 물로 샤위…낮잠은 피해야
대구에 사는 직장인 장모(31·여)씨는 지난해 여름만 생각하면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열대야로 극심한 불면에 시달렸던 악몽이 떠오르기 때문이다.밤이 됐는데도 낮에 달아올랐던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은 데다 TV 등에서 나오는 열기까지 더해져 지난해 여름 한밤 집안 온도는 29∼30도까지 치솟았다.
무더위로 쉽게 잠들지 못했던 장씨는 누워서 1∼2시간씩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버릇이 생겼다. 어렵게 잠들었어도 2∼3번씩 깨곤 했다.
이렇게 잠을 설치다 보니 출근한 뒤 업무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일터에서 머리가 멍해지는 것을 자주 느꼈다. 점심을 먹고 나면 극심한 피로감이 밀려왔다.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선선한 느낌마저 들었던 지난해 9월 초 장씨는 미뤄둔 휴가를 일주일간 사용했다. 집에서 푹 쉰 덕분에 평소 신체 리듬을 간신히 되찾을 수 있었다.
최근 폭염으로 몇몇 지역에 때 이른 열대야가 나타나 철저한 건강 관리가 필요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0일 강릉, 지난 5일 제주도와 광주, 정읍, 고창, 목포 등 호남 일부 지역에 올해 첫 열대야가 나타났다.
이들 지역의 지난해 첫 열대야 발생일이 제주(7월 22일), 광주(7월 24일), 정읍(7월 10일), 고창(7월 23일), 목포(7월 10일)인 점과 비교하면 지역별로 5∼19일가량 일찍 열대야가 발생한 것이다.
이들 지역에 열대야가 발생한 것은 장마전선이 중부지방으로 북상하고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로부터 습기가 많고 더운 남서풍이 계속 유입됐기 때문이다.
열대야는 전날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열대야는 대개 따뜻한 남서 기류 유입으로 전날 크게 오른 기온이 밤새 떨어지지 않아 생긴다. 폭염이 이어지는 8월 초에 많이 나타난다.
장마전선 영향 등으로 전날 큰비가 오거나 구름이 많이 끼어 지표면 열이 식지 않아 나타나기도 한다.
도심에서는 대기 오염, 인공 열 등으로 생기는 열섬 현상 때문에 열대야가 심하다.
기상청은 다음 달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보고 열대야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한다.
계명대 동산병원 수면센터에 따르면 열대야가 생기면 높은 온도와 습도 때문에 잠이 들기 어렵고 깊은 잠을 자기도 쉽지 않다.
잠이 오지 않으니 잠자리에 누워 딴생각하거나, 야식을 먹거나 술을 마시기도 한다. 열기가 식지 않은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오히려 숙면을 방해한다. 수면 리듬이 깨지면 생활 리듬도 헝클어진다.
원래 생활 리듬을 찾기가 어려워 불면의 악순환이 이어지기 쉽다. 열대야가 사라진 뒤에도 만성 불면증을 겪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열대야를 이겨내는 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수면위생’을 꼽는다.
수면위생은 잠을 자기 위해 지켜야 할 생활습관을 말한다.
잠자리 온도뿐 아니라 습도를 함께 낮추는 게 중요하다. 에어컨과 선풍기를 적절히 활용하면 좋다.
잠을 청하는 동안 체온을 떨어뜨리는 것도 필요하다. 잠자리에 들기 전 미리 에어컨을 켜두고 수면을 유도한 뒤 1∼2시간이 지나면 끄거나 약하게 트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잠이 오지 않는다고 잠자리를 바꾸거나 누워서 TV나 책을 보거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꼭 피해야 한다. 잠자기 1∼2시간 전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는 것도 잠을 깊이 잘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샤워한 뒤 과일이나 물로 수분을 보충해주는 것도 좋지만 지나치면 배뇨 때문에 되레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
낮잠은 가급적 피하고 자더라도 30분 이상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동산병원 신경과 문혜진 교수는 “철저한 수면위생 지키기가 열대야 극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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