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업원이 10분만 초과해도 수당 요구”…분식점 가게주인 분통

“종업원이 10분만 초과해도 수당 요구”…분식점 가게주인 분통

입력 2016-06-23 09:40
업데이트 2016-06-23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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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주 “역갑집 힘들어”…전문가 “인격적으로 대해야”

서울 용산구에서 분식점을 하고 있는 A씨는 요즘 고용노동부 문턱을 들락거리느라 영업을 제대로 못할 지경이다.

며칠 전 가게에서 일하던 중국인 여성 아르바이트생이 ‘A씨가 월급을 제대로 주지 않는다’며 고용부에 임금 체불 진정서를 넣었기 때문이다.

A씨는 “이런 신고를 당하면 고용주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갑질을 한다’고 손가락질을 당하는데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 아르바이트생은 설거지를 시키거나 쓰레기를 버리라고 시키면 남편에게 전화해 ‘서럽다’고 토로하고는 했다.

그러면 남편은 다시 A씨에게 전화를 걸어 ‘김밥만 잘 싸면 되지 왜 잡일을 시키느냐’고 항의했다.

‘일이 많아 다리가 부었다’ 등 핑계를 대며 일을 제대로 안 하는 일도 예사였다. 잔업을 하느라 10분 초과근무만 해도 수당을 요구했다.

A씨가 ‘10분, 15분 더 일한 걸로 수당을 주기는 힘들다’고 말하자 이 직원은 직장을 그만둔 뒤 고용부에 신고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 초에 일했던 남자 직원은 ‘짐을 좀 올려달라’는 부탁에 ‘약속 있다. 근무 시간 끝나지 않았느냐’고 A씨에게 따지기도 했다.

A씨와 말다툼을 하던 이 직원은 욕설을 내뱉으며 ‘내일부터 안 나온다’고 말한 뒤 잠적했다.

이후 이 직원은 월급날 갑자기 나타나 ‘내 돈 달라’고 요구했다.

A씨가 ‘사과라도 해야 돈을 주겠다’며 거부하자 마찬가지로 노동청에 A씨를 신고했다.

A씨는 “손님이 아니라 직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잠을 못 이룰 지경”이라며 “최근 ‘동전 갑질’ 때문에 고용주를 비난하는 여론이 많은데 주인도 오죽 화가 났으면 그랬겠느냐”고 한탄했다.

이어 “근로감독관들은 ‘억울함은 법정에서 풀고 일단 밀린 월급부터 주라, 아니면 벌금 전과가 남게 된다’며 몰아붙이기만 한다”며 “내 말은 제대로 들어주지도 않으면서 죄인 취급을 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소규모 자영업을 하는 업주도 스스로를 ‘사회적 약자’라고 호소할 순 있다.

그러나 아무리 작은 규모라 하더라도 업주와 직원은 고용인과 피고용인으로 서열화하며 갑을 관계가 형성된다.

이 때문에 업소 운영과 임금 문제 등으로 업주와 직원 간 ‘갑질’ 논란이 발생할 경우 대체로 업주를 향해 비난이 집중된다.

문제는 사안별로 내용은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어느 한쪽을 딱 정해 비난할 수 없는 애매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일부 업주는 ‘역갑질’로 시달렸다며 일방적인 매도가 억울하다고 하소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잇따라 발생한 ‘동전 갑질’ 사태에서도 일부 업주는 ‘직원의 업무 태만’에 화가 나 감정적으로 대응하다 보니 월급을 동전으로 바꿔 지급했다고 변명했다.

아예 일부 노무법인에서는 업주들을 대상으로 ‘직원들의 역갑질을 피하기 위한 팁’을 따로 강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창원시 마산회원구 한 카페에서 업주가 종업원에게 동전으로 임금을 지급한 뒤 서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비방글을 올리고 맞고소까지 해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가게 주인은 “직원이 일을 제대로 하지도 않다가 갑자기 그만 둔 뒤 월급을 요구해 화가 나 동전으로 월급을 지급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지난 9일 경남 창녕군의 한 공사현장에서 일하던 우즈베키스탄 출신 외국인 노동자 4명은 건축업자로부터 밀린 월급 440만원을 모두 동전으로 받은 사건에서도 업주측의 비슷한 항변이 전해졌다.

건축업자는 “공사대금 결제가 늦어지면 월급이 조금 늦어질 수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현장에 안 나와도 되느냐”며 “오죽했으면 은행 6곳을 돌면서 3시간 동안 월급을 동전으로 바꿨겠느냐”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부 관계자는 “고용주 대다수가 노동청에 와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장 입장도 충분히 경청하지만 ‘사장님이 손해 본 만큼 월급 깍아서 지급하세요’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고집을 부리면 민사소송을 하라고 얘기하는데 고용주 입장에서는 자기 주장이 안 받아들여진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엄연히 법적 절차라는 게 있는데 그것마저 본인들이 부당하다고 느끼면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고용주가 다소 억울한 경우라도 감정적 대응보다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피고용인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약자 위치에 있으며 이들이 문제를 일으키더라도 고용주에게는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권한이 있다는 것이다.

관련 설문조사를 살펴보더라도 사회적 권력관계에 있어 피고용인인 직원은 사장보다 약자의 입장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응답이 절대적으로 많았다.

올 초 아르바이트생 100명을 대상으로 근로감독관 관련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알바노조에 따르면 1명을 제외한 모든 응답자가 “노동청 진정과정에서 근로감독관에게 불이익을 당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구인 사이트 알바몬이 올 5월 아르바이트생 1천1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도 ‘알바 근무 중 갑질을 당한 경험이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85.7%가 ‘있다’고 답했다.

국민노무법인 유석 실장은 “고용주 입장에서 진짜 억울한 사례가 간혹 보이기는 한다”며 “그러나 애초 고용주가 근무조건을 잘 지키면 직원들도 법을 악용하는 일은 덜 생긴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전으로 월급을 주는 고용주들의 심정이 이해가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그래도 이런 일로 갈등이 생기는 경우 보통은 양측 모두에게 책임이 있는 경우가 많아 ‘동전 갑질’을 정당화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최용주 노무사는 “‘역갑질’을 하는 직원이 있다고 해도 노동법에 맞게 징계를 충분히 할 수 있다”며 “발품까지 팔아가며 동전 월급을 주는 것은 직원들을 비인격적으로 대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용주는 직원이 성실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주문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며 “문제는 고용주가 가진 권리는 제대로 활용도 안 하면서 일이 터지면 징계나 보복 등 처분권을 행사하려는 경향에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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