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열렸지만…허무하게 끝난 ‘가습기살균제’ 첫 재판

5년만에 열렸지만…허무하게 끝난 ‘가습기살균제’ 첫 재판

입력 2016-06-17 11:37
수정 2016-06-1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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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록 복사 못했다”며 입장표명 미뤄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사회적 논란이 된 지 5년만에 제품을 제조하고 판매한 주요 책임자들에 대한 첫 형사 재판이 열렸다. 그러나 재판은 ‘수사기록 복사’가 안 됐다는 이유로 40분 만에 허무하게 끝났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최창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가장 많은 피해자를 만든 옥시레킷벤키저(옥시·현 RB코리아)의 신현우(68) 전 대표 측은 “아직 기록을 복사하지 못했다”며 혐의에 대한 입장 표명을 미뤘다.

변호인은 “무거운 사건 앞에서 떨리는 마음을 금할 수 없지만 피고인 방어권을 도와주기 위해 기록 검토가 전제돼야 한다”며 “기록이 200여권이라 검토에만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기록 1권이 보통 500장인 점을 고려할 때 전체 양은 약 1만장 가량으로 추정된다.

신 전 대표와 함께 구속기소된 옥시 전 연구소장 김모(56)씨, 선임연구원 최모(47)씨와 다른 유해 가습기 살균제 ‘세퓨’를 생산·판매해 구속기소된 오모(40) 전 버터플라이이펙트 대표 역시 말을 아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을 다른 사건보다 우선해 처리할 예정”이라며 “주말이라도 열람·복사를 하셔야 한다”고 했다.

신 전 대표 등은 2000년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을 제조·판매하며 제품에 들어간 독성 화학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아 사망 73명 등 181명의 피해자를 양산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 등)를 받고 있다.

함께 기소된 오씨도 2009∼2012년 유해성 검사 없이 PHMG보다 흡입독성이 강한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을 섞어 세퓨를 제조·판매해 사망 14명 등 27명의 피해자를 낳았다.

이들 4명은 제품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음에도 ‘인체무해’, ‘아이에게도 안심’ 등 허위 광고를 한 혐의(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도 있다. 검찰은 이런 광고가 사실상 소비자들을 속인거라 보고 사기죄 추가를 검토 중이다.

PHMG가 주성분인 옥시 제품은 2000∼2011년 총 600여만개가 판매됐다. 폐가 딱딱하게 굳는 폐 섬유화 등 제품으로 피해가 사회적 문제로 불거진 것은 2011년께다. 하지만 수사는 올해부터 본격 시작됐고, 사법처리 문턱까지 오는 데에는 무려 5년이나 걸렸다.

신 전 대표는 이날 법정에 수갑을 찬 채 갈색 수의를 입고 입장했다. 재판이 끝날 때까지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 있던 다른 피고인 3명과 달리 그는 재판 내내 입을 다물고 검사와 재판장을 번갈아 응시했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6월27일 오전 10시30분에 열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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