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4일 임시총회 소집…‘변호사-변리사 직역 갈등’이 단초
전국 변리사가 의무 가입하는 대한변리사회가 사상 최초로 현직 회장의 해임 여부를 회원들에게 묻기로 했다. 최근 변리사와 변호사의 업무영역 갈등이 변리사업계 ‘온건파’와 ‘강경파’의 내홍으로 번지는 모양새다.대한변리사회는 다음달 4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임시총회를 열어 강일우 회장과 임원 등 집행부 해임안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앞서 653명의 변리사는 14일 강 회장이 변리사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할 것이라고 신뢰할 수 없고 변호사 출신 변리사의 수습교육 방안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변리사회 회칙은 회원의 1/10 이상이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하면 20일 이내에 총회를 열도록 규정했다.
총회 소집은 지난달 치러진 회장 선거의 후유증 때문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제38대 회장 선거에는 변리사와 직역 갈등을 빚는 변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변리사회 회원 3천101명 중 변호사 자격을 가진 변리사는 12.8%(397명)다. 선거 당일에는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장과 김승열 대한특허변호사회장 등 변호사 출신 변리사 58명이 투표권을 행사했다.
강 회장은 상대 후보에 50표 차이로 신승했다. 당시 업계에선 변호사의 변리사 활동에 상대적으로 유연한 태도를 지닌 강 회장을 변호사 출신 변리사들이 지지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결국 변리사 11명은 이달 10일 변리사회 선거관리위원회에 ‘회장선거 당선 이의신청’을 냈다. 14일에는 회원 653명이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선관위는 24일 이의신청을 ‘이유없다’며 기각했다.
이번 내홍은 변리사와 변호사 간의 직역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특허침해 소송에서 변리사 소송대리권 부여와 변호사의 변리사 자동취득 제도를 두고 양측은 그간 갈등을 빚었다. 회장 선거를 앞두고 양측의 신경전은 심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변호사가 변리사 자격을 취득하려면 일정 기간 변리사 수습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으로 지난해 12월 변리사법이 개정되자 위기감을 느낀 변호사들의 공세가 강화됐다.
1월 26일에는 변리사 자격을 가진 변호사들이 대한특허변호사회를 설립했다. 이틀 후에는 변협이 회원들에게 이메일로 변리사회장 선거 참여를 독려했다.
변리사회 관계자는 “변호사업계와 특허청에 온건한 입장을 보여온 강 회장이 당선되자 젊은 변리사들이 불만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다고 해서 총회 소집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어쨌건 총회는 결과와 상관없이 변리사업계에 상당한 후폭풍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해임안이 통과되면 다시 회장 선거를 치러야 한다. 후보자 등록과 선거운동 기간을 감안할 때 한 달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부결돼도 집행부에 상당한 부담으로 남는다. 임기 초기부터 시련을 겪어 향후 활동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황우택 변리사회 수석부회장은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사소한 오해가 증폭돼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했다”며 “회원들이 집행부의 진심을 이해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