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내 자리야”…살인으로 번진 5일장 자리다툼

“여긴 내 자리야”…살인으로 번진 5일장 자리다툼

입력 2016-01-15 15:44
수정 2016-01-15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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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상 휘두른 낫에 이웃상인·말리던 회사원·경찰 사상

시골 장터의 거리를 피로 물들인 사건의 발단은 노점상들 간의 자리다툼에서 시작됐다.

전남 강진의 한 5일장에서 낫, 도끼 등 손 공구와 약초를 파는 김모(53)씨는 지난 13일 열린 장에서 열받을 일을 겪었다.

남의 자리는 넘보지 않는다는 노점상들 간의 무언의 약속을 깨고 누군가 자신의 자리에 좌판을 깐 것.

시외버스터미널과 택시승강장, 농협 금융지점이 교차하는 ‘명당’을 김씨는 순순히 내줄 수는 없었다.

누구의 허락을 받고 여기서 장사를 하느냐며 소리치는 김씨에게 새로운 좌판의 주인은 길 맞은편 포장마차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김씨는 곧장 포장마차로 달려가 여주인 A(52)씨와 격한 언쟁을 벌였다.

시골장터에서 10m 거리를 두고 각각 손공구와 찐빵을 팔아온 김씨와 A씨의 다툼은 이틀 뒤까지 이어졌다.

15일 오전 도끼와 낫을 배달하러 가던 김씨는 마침 장사를 시작하려고 손길을 놀리던 A씨와 마주쳤다. 고성이 오가면서 김씨의 감정은 격화됐다.

분을 이기지 못한 김씨는 손님에게 배달하려던 낫과 도끼를 차량에서 꺼내 휘둘렀다. A씨가 그 자리에서 숨졌다.

두 사람의 싸움을 말리려고 사무실 밖으로 나온 은행 직원 B(52)씨는 A씨가 김씨의 낫에 쓰러지자 30여m 떨어진 시외버스터미널로 몸을 피했다.

애꿎은 B씨도 터미널까지 쫓아온 김씨의 시퍼런 낫에 살해됐다.

순식간에 2명의 목숨을 빼앗은 김씨는 사건 현장에서 멀지 않은 자신의 집으로 곧장 달아났다.

낫 10여자루가 담긴 상자를 집안으로 챙겨온 김씨는 1시간가량 경찰 20여명과 극렬하게 대치했다.

경찰관 2명이 김씨가 집어던진 낫에 맞았다.

경찰의 공포탄에도 끝까지 저항하던 김씨는 오른다리 허벅지와 발목에 권총탄을 맞고 나서야 손목에 수갑이 채워졌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경찰서로 옮겨진 김씨는 진술녹화실로 들어서기 전까지 1시간 30분가량 아무런 말이 없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전남 강진경찰서는 15일 장터 자리다툼에 앙심을 품고 노점상 여주인을 해친 뒤 범행을 말리던 은행원과 뒤를 쫓던 경찰관에게까지 흉기를 휘두른 김씨를 살인혐의로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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