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원대 사기 조희팔·강태용 20년 공생관계 끝나나

4조원대 사기 조희팔·강태용 20년 공생관계 끝나나

입력 2015-12-16 13:48
업데이트 2015-12-16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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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전말 실토 vs 공범들처럼 ‘모르쇠’로 일관강태용 진술이 조씨 생사, 사기 실체 등 의혹 규명 열쇠

검찰이 조희팔(58)과 함께 금융다단계 유사수신 사기 행각을 벌인 강태용(54)을 7년만에 붙잡아 국내로 압송함에 따라 두 사람의 오랜 공생관계가 어떻게 결론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일 대구지검과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조씨와 4조원대 사기를 치다가 2008년 10월 대구공항을 통해 중국으로 달아난 강씨를 범죄 혐의로 수배한 것은 모두 31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사기, 횡령 등 18건은 대구를 비롯한 전국 경찰에서, 나머지는 검찰에서 수배했다.

그 내역을 보면 조씨와 함께 벌인 사기, 이미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거나 처벌 받은 검찰과 경찰 관계자에게 뇌물공여 혐의 등이다.

강씨가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면 그동안 베일에 가려진 조씨의 중국 내 구체적인 도피행각과 사망 여부, 은닉재산 규모, 검·경 및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한 로비 의혹 등 실체가 드러날 수 있다.

그러나 강씨가 조희팔 사건과 관련한 구체적인 진술을 거부한 채 끝까지 입을 다물면 수사가 난관에 부닥칠 수도 있다.

따라서 조희팔과 공생 관계는 그가 어떤 진술을 하느냐에 달렸다.

조씨의 생사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강씨의 입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도 이때문이다.

이들의 공생관계는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끈끈하다고 사기 피해자들은 주장한다.

1957년 경북 영천 한 시골마을에서 태어난 조희팔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구로 와서 막노동, 도박판 허드렛일 등으로 생계를 이었다.

1990년을 전후해 대구에서 만난 조희팔과 강태용은 이후 빠른 속도로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어머니가 막일을 하며 생계를 꾸렸을 정도로 어려운 형편에서 자란 강씨 처지가 자신과 비슷하다고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그 뒤 조씨는 형이 근무하던 한 다단계 업체에 들어가 일을 배웠고, 48세이던 2004년 10월 지인들 도움으로 다단계 업체 ㈜BMC(Big Mountain Company)를 세웠다.

이어 조씨는 강씨를 사업에 끌어들여 세를 확장하는 데 십분 이용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강씨는 대구와 인천, 부산에 기반을 둔 유사수신 업체 부사장을 맡았다. 주로 조씨 업체의 자금을 관리하고 사업을 기획하는 등 브레인 역할을 수행했다.

조씨가 대외적으로 알려진 인물이라면 강씨는 사기 행각을 지속적으로 벌일수 있도록 뒤에서 진두 지휘했다고 사기 피해자들은 강조한다.

그는 조씨의 사기극이 서서히 세상에 드러나자 자신의 고교 인맥 등을 활용해 사건 무마를 위한 로비에 적극 나섰다.

강씨는 고교 선배·동기생인 검찰 관계자 외에도 경찰 총경 등을 상대로 뇌물을 뿌렸다. 경찰 회식자리에 참석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러나 로비가 한계에 이르자 강씨는 2008년 10월 측근 몇 명과 먼저 중국으로 도주했다.

이어 두 달 뒤 조씨가 중국 밀항에 성공하자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 칭다오(靑島) 등에서 그와 함께 호화로운 도피 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러던 조씨는 도피 3년 뒤인 2011년 12월 중국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고 강씨는 7년 동안의 도피생활 끝에 지난 10월 중국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시 한 아파트에서 잠복 중이던 중국 공안에 붙잡혔다.

조씨 사기 사건을 맡은 한 수사기관 관계자는 “주범 격인 강씨가 검·경 조사에서 입을 다물더라도 범죄 혐의, 공범들 처벌 수위 등을 감안할 때 적어도 징역 20년 이상의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사기 피해자가 최소 2만5천여명에 피해 금액이 4조원대에 이르고 이들의 범죄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가정이 파탄난 피해자도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씨가 자기 동생을 비롯해 이미 붙잡힌 다른 공범들처럼 모든 범행을 조씨에게 뒤집어씌우고 철저히 침묵으로 일관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검찰도 이런 상황에 대비해 강씨 송환 전에 이미 주변 인물 등을 상대로 계좌추적, 압수수색 등을 벌였다.

이는 조씨의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강씨 진술에만 끌려가지는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강씨가 제대로 진술을 하지 않더라도 그동안 확보한 증거 자료를 바탕으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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