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김일곤’ 막자…우범자 집중관리 법적근거 시급

‘제2의 김일곤’ 막자…우범자 집중관리 법적근거 시급

입력 2015-09-22 07:15
업데이트 2015-09-22 07:15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우범자 첩보수집 등에 관한 규칙’에 한계…관련법 3년째 국회서 ‘낮잠’

30대 여성을 잔인하게 살해한 김일곤 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우범자 관리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경찰이 우범자들의 첩보를 파악할 때 우범자들이 이를 따라야 할 의무조항이 없어 경찰의 첩보활동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22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실형을 받고 나온 전과자를 대상으로 범죄 전력과 재범 위험성 등을 평가해 우범자로 지정·관리한다.

우범자 관리 대상은 조직폭력 범죄와 살인·방화·강도·절도·강간·강제추행·마약 등 8개 죄종에 한정된다.

경찰이 교도소 측으로부터 전과자의 출소 통보를 받으면 경찰서 형사(수사)과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심사위원회를 열어 우범자로의 편입 여부와 등급을 결정한다.

조직폭력배는 형사가, 나머지 우범자는 지구대·파출소 경찰이 첩보수집을 담당한다.

김일곤이 우범자로 지정돼 경찰이 관련 첩보를 지속적으로 수집했더라면 김씨가 경기도 일산에서 한 차례 여성 납치에 실패하고 재차 이달 납치 살인을 저지르기 전에 검거됐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김씨가 2013년 3년 출소 당시 교도소 측이 출소 사실을 경찰에 알리지 않아 김씨가 우범자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하지만 설령 김씨가 우범자로 지정됐더라도 납치 살인을 예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의 우범자 동향파악이 ‘비(非)대면 간접 관찰’ 방식으로 행해지기 때문이다. 즉 멀리서 지켜보는 수준에 그쳐 우범자를 제대로 관리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는 우범자 첩보수집에 관한 규정인 ‘우범자 첩보수집 등에 관한 규칙’이 경찰 내부 훈령에 불과해 첩보수집 활동에 강제력을 동원할 수 없는 데 따른 현실이다.

예컨대 우범자가 주거지에서 갑작스럽게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경찰은 우범자의 소재를 파악할 수게 없게 된다. 경찰이 우범자에게 전화를 걸어 위치를 물어보거나 통신수사를 통해 우범자의 위치를 파악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관리 대상 우범자 4만670명 중 10.8%에 달하는 4천374명이 소재불명자로 처리가 된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경찰은 우범자 첩보수집의 법적 근거로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나온 ‘경찰이 치안정보를 수집·작성·배포할 수 있다’는 조항을 들고 있다.

하지만 해당 조항은 경찰 직무의 범위가 ‘이러이러하다’고 정의한 조항으로, 우범자 첩보 수집의 법적 근거로 보기는 어렵다.

결국 경찰은 우범자 첩보 수집 규칙의 제6조의 제4항, ‘우범자의 인권을 최대한 배려해 적절한 방법을 사용하고 우범자의 명예나 신용을 부당하게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란 모호한 규정에 따라 우범자의 동향을 파악하는 셈이다.

이런 방식의 동향파악은 반대로 우범자들의 인권도 보호받지 못할 수 있다. 명확한 규정이 없어 경찰이 무리하게 탐문을 벌이다 보면 우범자의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범자 첩보관리 규칙을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반영하고 우범자의 강제 수용조항을 담은 개정안이 2012년 8월 국회에 제출됐으나 3년째 처리가 안 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찬열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개정안은 ‘우범자는 경찰의 주거 방문·질문 등 정보수집 활동에 성실히 협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실질적으로 경찰관이 법에 근거해서 적합한 직무행위로서 첩보활동을 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며 “사생활 보호라는 중요한 문제가 있어 규칙에 근거해 우범자에 대한 구체적이고 세밀한 첩보를 얻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우범자를 관리하기보다는 우범자를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우범자의 재범을 막는 근본적인 대안이라는 의견도 있다.

박주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우범자가 재범하게 되는 이유 중 사회 부적응 때문이 많다”며 “우범자 관리가 오히려 사회 적응을 실패하게 만들어 재범의 가능성을 높일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