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가득찬 1.3m 깊이 배수구 덮개 “말리려고” 치운 채 퇴근

물 가득찬 1.3m 깊이 배수구 덮개 “말리려고” 치운 채 퇴근

입력 2015-09-15 15:15
업데이트 2015-09-1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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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교 분수대 익사사고’안전불감증’으로 어린 목숨 또 희생부모와 식사하던 식당서 50m 떨어진 곳 수색에 2시간

아이들이 언제라도 들어갈 수 있는 쇼핑몰 분수대 밑바닥의 배수구. 1.3m 깊이의 배수구에는 물이 가득차 있어 어린아이가 빠지면 인명사고가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었으나 분수대 누수 수리를 하던 작업자들은 배수구 덮개를 열어놓은 채 퇴근했고 결국 3살배기 아이가 배수구에 빠져 익사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말았다.

위험이 예상되는데도 배수구 덮개를 열어놓고 퇴근한 이유는 “덮개를 말리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어른들의 안전불감증으로 애꿎은 어린 목숨이 또 희생된 것이다.

14일 오후 9시께부터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광교신도시 내 한 쇼핑몰에서 지인 가족과 식사를 하던 A(3)군 가족의 즐거운 한때는 곧 악몽의 저녁으로 변했다. 식사를 시작한지 30분 남짓 지났을 때쯤 줄곧 주변에 있던 A군의 모습이 갑자기 보이지 않으면서부터다.

허겁지겁 식당 안팎을 찾아보던 A군 부모는 아들이 찾을 수 없어 쇼핑몰에 알려 안내방송을 했지만 아이를 찾지 못해 1시간여 뒤인 오후 10시 30분께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곧바로 30여명을 투입, 쇼핑몰 주변을 수색했다.

하지만 A군은 오후 11시 25분께 식당에서 50m 떨어진 분수대 집수정(물이 빠지기 전 잠시 모이는 곳)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A군 가족이 방문했던 식당 관계자는 “오후 9시쯤 와서 식사를 하던 A군의 부모 등 일행 4명이 40여분 뒤부터 소리를 지르는 등 아이를 찾느라 발을 동동 굴렀다”며 “당시 주변에 보안요원들이 없어 아이가 분수대 쪽으로 간 줄은 아무도 몰랐다”고 전했다.

실제로 경찰이 확보한 CCTV 영상에는 A군이 오후 9시 54분께 식당에서 분수대 방향으로 걸어가 계단을 내려간 모습이 포착됐다.

부모가 아이가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 찾아나섰을 때 A군은 살아있었다는 이야기다.

A군 부모가 쇼핑몰측에 아이의 실종을 신속히 알리고 주변 지형을 잘아는 쇼핑몰 측에서 분수대에 착안해 이곳을 살폈더라면 사고를 막을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주변에 사람들이 꽤 있었지만, 분수대의 턱이 낮아 아이가 분수대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현장이 다소 어두워 당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경위조사에 나선 경찰은 쇼핑몰 시설관리업체 측이 분수대 집수정 바닥에 있던 배수구 뚜껑을 열어놓는 바람에 사고의 결정적 단초를 제공한 사실을 밝혀냈다.

사고 당일 쇼핑몰 측은 광장 동쪽에 있는 분수대(약 20㎡)에서 누수현상이 발견되자 시설점검에 착수, 시설관리업체에 연락해 오후 6시까지 분수대 내부 집수정 등을 점검했다.

그러나 업체 관계자들은 집수정(깊이 1.3m)의 덮개 4개(개당 가로 0.3m, 세로 0.4m)를 열어놓은 채 퇴근했다.

당시 현장에는 뚜껑없는 배구수 주변으로 라바콘(고무로된 원뿔) 4개를 세워두고 ‘안전제일’이라고 적힌 띠만 둘러놓은 상태였다.

경찰조사에서 시설관리업체 관계자들은 ‘덮개를 말리려고 빼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분수대는 턱의 높이가 낮게는 30cm 가량 밖에 되지 않아 아이들이 언제라도 접근이 가능, 언제든 사고가 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쇼핑몰측은 집수정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출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하지 않았다.

쇼핑몰측이 배수구 덮개 4개를 연달아 열어놓는 바람에 A군은 가로 1.2m, 세로 0.4m, 깊이 1.3m가량의 ‘함정’과 같은 배수구에 빠져 숨진 것이다.

아이가 사라진 뒤 쇼핑몰측의 대처도 안전불감증을 실감케 한다.

쇼핑몰 측은 안내방송을 하고, 야간근무자를 투입해 아이를 찾았지만 A군 부모가 있던 식당에서 불과 50m 떨어진 집수정에 있던 아이를 2시간이나 걸려 찾아냈다.

사고를 예방하거나, 사고 후 신속한 조치를 했어야 할 보안요원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쇼핑몰 측은 보안업체에 외주를 맡겨 12명을 배치하고 있었다.

전체 면적이 8만㎡를 넘는 대형 시설에 교대근무자를 빼면 보안요원은 단 5명이 동시 근무하고 있는 것이다.

이 마저도 한 보안요원은 “5명이 배치되지만 휴식 교대 등을 따지면 근무는 동시에 2명씩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쇼핑몰 관계자는 “시설관리 및 보안은 모두 관리할 수 없어 외주를 맡긴 것”이라며 “경찰조사 결과에 따라 해결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해명했다.

한국건설안전협회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작업이 끝난 뒤에는 위험시설에 접근을 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해둬야 한다”며 “작업자들이 일을 하는 중에라도 위험요소에 대해서는 항상 대비를 해야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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