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년 만에 벗은 누명…‘윤필용 사건’ 유족 배상판결

41년 만에 벗은 누명…‘윤필용 사건’ 유족 배상판결

입력 2015-05-31 10:39
수정 2015-05-3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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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고 이정표씨 유족에 3억6천여만원 배상 선고

한국 현대사의 주요 권력 스캔들인 ‘윤필용 사건’ 피해자 유족에게 국가가 거액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정은영 부장판사)는 사건 당시 불법 고문을 당한 뒤 누명을 쓰고 복역했던 고 이정표씨의 유족에게 총 3억6천여만원의 국가배상을 선고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국군보안사령부 수사관들이 망인을 불법 구금하고 가혹행위를 했으며 수사 서류를 허위로 작성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망인과 그 가족인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윤필용 사건’은 1973년 윤필용 수도경비사령관이 술자리에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에게 “박정희 대통령은 노쇠했으니 물러나게 하고 형님이 후계자가 돼야 한다”고 말한 게 쿠데타 음모설로 번져 윤 사령관과 그의 부하들이 처벌받은 일이다.

당시 윤 사령관의 측근 대령이 이끄는 육군범죄수사단의 대위였던 이씨는 사건이 터지자 ‘군납업자에게 뇌물을 받고 윗선에도 뇌물을 줬다’는 혐의로 보안사에 소환돼 구금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보안사 조사관들은 이씨를 고문했고, 이씨는 결국 군사법정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받았지만 대법원은 유죄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강제 전역당한 이씨는 당시 고문으로 무릎 통증 등 영구장애를 얻었다. 승무원이던 딸도 1983년 KAL기 피격사건 때 사망해 그는 슬픔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통 겪다 2004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2011년 사건 다른 연루자가 재심 청구를 해 무죄판결을 받아내자 이씨의 유족 역시 이듬해 재심청구를 냈다. 2014년 4월 서울고법은 보안사 요원들이 불법 수사로 허위 증거를 만들어 낸 점이 인정된다며 이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무죄판결 확정까지 약 41년간 유족은 범죄자라는 주위의 의혹, 지탄 등 국가의 불법행위의 피해를 속절없이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며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의 정신적·경제적 고통을 겪었음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씨의 사건을 맡은 법무법인 바른 박주범 변호사는 “41년 전 대한민국 사법 역사에 큰 오점을 남긴 수사와 재판을 바로 잡은 판결”이라고 말했다.

앞서 법원은 이 사건에 연루돼 징역형을 선고받은 김성배·손영길 전 준장이 낸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이 중 김 전 준장의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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