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황장엽 암살 공작에 남한 마약사범까지 동원

北, 황장엽 암살 공작에 남한 마약사범까지 동원

입력 2015-05-17 10:22
수정 2015-05-17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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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010년 공작원 남파와 더불어 두갈래 암살 기획

북한이 마약 제조를 위해 포섭한 남한 사람을 동원해 2009∼2010년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암살을 기도한 사실이 검찰 등의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북한은 비슷한 시기 정예 공작원을 탈북자로 위장·침투시켜 황 전 비서를 살해하려 했다가 수사기관에 적발되기도 했다.

당시 북한이 황 전 비서를 제거하고자 여러 경로로 치밀하게 움직였음을 보여준다.

17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백재명 부장검사)에 따르면 김모(63·구속기소)씨는 2009년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접촉한 북한 공작원 장모씨로부터 황 전 비서를 죽이라는 지령을 받았다.

장씨는 당시 “황장엽은 남한 사람도 아니니 처단해도 상관없지 않은가. 암살에 성공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며 김씨를 꼬드겼다.

두 사람은 1997년 이모(2004년 10월 사망)씨의 소개로 북한에서의 필로폰 제조·판매를 모의하며 알게 된 사이다.

필로폰 제조로 기대한 만큼의 돈을 벌지 못한 김씨는 북측 공작원이 제시한 ‘돈의 유혹’에 넘어가 황 전 비서 암살 기획에 가담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그는 지령을 받은 이후 베이징에서 여러 차례 장씨를 만나 암살 실행 계획을 모의했다.

이 과정에서 ‘김정일 장군의 정치적 신임을 받았다’ ‘조국을 배반하지 않겠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충성맹세문도 제출했다.

그는 황 전 비서가 반북 매체인 ‘자유북한방송’에 매주 정기적으로 출연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이 매체가 있는 지역을 현장 답사했다. 황 전 비서가 거주하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안전가옥(안가) 주변 곳곳을 촬영해 장씨에게 건네기도 했다.

또 암살을 실행할 인물로 국내 조폭은 물론 외국인 범죄조직과도 접촉을 시도했다.

심지어 고용한 암살자가 이 일을 추진할 의지가 있는지 시험하고자 반북 활동을 하는 탈북자를 먼저 살해할 계획까지 세운 것으로 조사됐다. 황 전 비서 암살 기획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치밀하게 진행된 셈이다.

하지만 이 암살 공작은 2010년 10월 10일 황 전 비서가 갑자기 사망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김씨가 해당 기간 북측으로부터 받은 공작금은 5천여만원에 달했다.

북한의 황 전 비서 암살 계획이 드러난 것은 이게 처음이 아니다.

2009년 12월 황 전 비서의 암살 지령을 받은 북한 인민무력부 정찰총국 소속 공작원 김모(41)씨와 동모(41)씨 등 두 명이 탈북자로 위장해 중국·태국 등을 거쳐 국내에 들어왔다가 국정원 신문 과정에서 신분이 들통났다.

이듬해 8월에도 정찰총국 공작원 이모(51)씨가 같은 수법으로 잠입을 시도하다 검거됐다. 이들은 남한에 파견되기 전 장장 6년간 암살 훈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 사람은 각각 징역 10년이 확정돼 수형 생활을 하고 있다.

2009∼2010년은 황 전 비서의 북한체제 비판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외부 활동도 활발해지던 시기였다. 일각에서는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정은 후계 구도 구축에 방해되는 요소를 미리 제거하려 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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