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국가정보대학원 경호학 교수로 행세하면서 수년간 100개가 넘는 사무실을 턴 전문절도범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특수절도 혐의로 김모(46)씨를 구속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3년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서울 시내 사무실 100여 곳을 털어 4억원 상당의 현금과 상품권 등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김씨는 경비원이 상주하는 빌딩에 입주한 사무실은 오히려 보안시설이 허술한 경우가 많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CCTV 저장기간이 통상 1주일 내외란 점을 감안해 범행 보름 전에 일찌감치 빌딩 안팎 CCTV 설치 현황과 직원 퇴근시간 조사 등을 마치는 치밀함을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100여건 이상의 범행을 저질렀지만 현장에서 CCTV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면서 “워낙 치밀한 수법으로 범행하다 보니 상당수 피해자는 내부인이 범인이라고 여겼다”고 말했다.

김씨가 꼬리를 잡힌 것은 조급증 때문이었다.

그는 철저한 계획에 따라 목표로 삼은 사무실에 침입했다. 하지만 일단 사무실 안에 들어선 뒤에는 금고 다이얼이 뻑뻑하다며 장갑을 벗고 맨손으로 조작하는 등 조급한 모습을 보이다 DNA 흔적을 남긴 것이다.

경찰이 자신의 뒤를 쫓고 있다는 사실을 안 김씨는 충북 청주와 경기도 성남 등지의 찜질방과 여관 등을 옮겨다니며 도피생활을 시작했고, 범행도 계속 저질렀다.

경찰은 “김씨는 대포폰 10여대를 준비한 뒤 유심칩을 서로 바꿔가며 사용했고, 그나마도 충북 청주의 은신처에서 80㎞ 떨어진 경기도 수원까지 와서 쓰고 돌아가는 행태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도 김씨는 국정원 요원들을 가르치는 국가정보대학원 경호학 교수를 사칭하며 성남과 청주 등지의 족구 동호회에서 활발한 취미 활동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7개월간 김씨의 뒤를 쫓은 수서서 강력계 형사들은 최근 김씨가 경기도 성남에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고, 그가 족구 마니아란 점에 착안해 성남 족구 동호회 회원들이 이용하는 체육시설에서 5일간 경비원인척 잠복한 끝에 검거에 성공했다.

김씨는 유사한 범행으로 3년 6개월간 복역하고 2013년 8월 출소한 뒤 생활비 등을 마련할 목적으로 범행을 재개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경찰은 알려지지 않은 피해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김씨를 상대로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