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시도 수험생 2명 연달아 마음 돌린 경찰관

자살시도 수험생 2명 연달아 마음 돌린 경찰관

입력 2015-04-14 07:48
수정 2015-04-14 07:4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서울 마포서 용강지구대 장재근 팀장

2일 오전 9시 야근을 마친 뒤 집에 가려고 마포대교를 건너던 장재근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순찰팀장은 부지런히 페달을 밟던 자전거를 급히 멈춰 세웠다.

다리 난간에 기댄 한 여학생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 시간에 웬 여학생이….” 순간 불안한 느낌을 받은 장 팀장은 여학생에게 다가갔다.

교복 차림에 가방을 멘 여학생은 한강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위험한 상황임을 직감한 장 팀장은 여학생에게 경찰 신분을 밝히고 학생을 옆 벤치로 데려가 앉혔다.

여학생은 경기 지역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A(18)양. 성적이 부모 기대에 못 미치자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나머지 결국 나쁜 마음을 먹고는 아침 일찍 집에서 나와 학교 대신 마포대교로 향했다고 털어놨다.

장 팀장은 “나도 경찰공무원 임용시험과 진급시험 등을 치러봤지만, 성적이 오르지 않아 속상할 때가 많았다”며 A양을 달랬다.

대화를 나누던 장 팀장은 여간 마음이 편치 않았다. 바로 전날 같은 자리에 다른 남학생이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젯밤에도 너처럼 이 자리를 찾은 학생이 있었단다.”

장 팀장은 조심스럽게 운을 띄우고 전날 밤 있었던 일을 A양에게 들려줬다.

1일 오후 8시 “마포대교 난간에 기대 우는 사람이 있다”는 신고가 용강지구대에 들어왔다. 직원들이 급히 출동해 설득 끝에 지구대로 데려온 이는 경기지역 한 고교 3학년 B(17)군이었다.

B군은 운동이 좋아 체육학과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완고한 반대에 부딪히자 고민 끝에 세상을 등질 생각을 했다.

”아버님은 네 미래를 고려해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다. 아버님과 담임선생님, 너 세명이 대화하는 시간을 만들어 봐라.”

장 팀장은 눈물을 흘리는 B군을 이렇게 당부해 귀가시켰다.

이야기를 마친 장 팀장은 A양에게 자신의 스마트폰을 보여줬다. ‘선생님을 만나보라고 아빠를 설득 중’이라는 B군의 문자 메시지가 와 있었다.

장 팀장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 있지만, 그 시기를 잘 넘기면 좋은 날이 온다”고 A양을 위로했다.

아침을 사주겠다며 자신을 순찰차에 태우는 장 팀장에게 A양은 조그만 목소리로 “아저씨, 고마워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장 팀장은 14일 “새학기 직후인 3∼4월 어린 학생들이 마포대교를 찾는 사례가 자주 있다”라며 “고3 학생들은 ‘지금 성적이 수능 성적’이라는 무신경한 말에 큰 상처를 받거나 근심에 빠져 극단적인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새벽배송 금지'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민주노총 택배노조의 ‘새벽배송 금지’ 제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노동자의 수면·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새벽 배송을 원하는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 민생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반발이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1. 새벽배송을 제한해야 한다.
2. 새벽배송을 유지해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