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젓이 TV 배우로 나온 도망자, 수사관 ‘눈썰미’에 덜미

버젓이 TV 배우로 나온 도망자, 수사관 ‘눈썰미’에 덜미

입력 2015-04-06 07:56
수정 2015-04-06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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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 있어보자,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지난달 21일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보며 평온한 토요일 저녁을 보내던 검찰수사관 A씨는 순간 직업병이 도지는 것을 느끼며 자세를 바로 고쳐 앉았다.

한 지상파 방송의 시사프로그램에 나와 능청스럽게 연기를 하는 대역 배우가 분명히 4년 전 사기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자 도망간 정모(52)씨가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A씨는 정씨 같은 사람들을 잡으러 다니는 서울 서부지검 자유형(自由刑·신체적 자유를 빼앗는 형벌) 미집행자 검거팀 소속 수사관이었다.

범행 후 달아난 피의자에 대한 공소시효는 정지되지만, 자유형 미집행자에 대한 형의 시효는 범죄자가 달아나고 나서도 진행된다. 이 때문에 검찰은 형이 확정된 장기미제 사건에 대해 특별 검거팀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

그는 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이 스마트폰에는 그가 행방을 추적하고 있는 자유형 미집행자들의 사진이 담겨 있었다.

”맞아, 이 사람이야.” 4년이 흘렀지만 TV에 버젓이 나온 대역배우는 바로 스마트폰 화면 속 ‘도망자’ 정씨의 얼굴이었다.

정씨는 지난 2008년 지인 2명으로부터 2억원 상당을 빌렸다가 갚지 않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2011년 법원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으나 법정구속되지 않은 틈을 타 그대로 도주했고, 궐석재판을 통해 형이 확정됐다.

수사팀이 방송국에 확인한 결과 그 배우가 방송국에 등록한 이름은 정씨의 이름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쓰는 휴대전화 통화내용을 분석해 보니 정씨의 친형과 수차례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역배우가 정씨라는 사실을 확신한 수사팀은 같은 달 25일 정씨의 거주지인 양천구의 주택가에서 잠복하다 귀가하던 그를 붙잡았다.

정씨는 체포된 직후 서울 남부교도소로 이송됐으며 검거 시점을 기준으로 3년 형을 살게 된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특별검거 활동을 강화해 유죄 판결을 선고받고도 도주하거나 잠적한 형 미집행자가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보안상의 이유로 수사관 A씨의 신원을 밝히지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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