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홀로서기에 나선 팽목항의 세월호 가족들

홀로서기에 나선 팽목항의 세월호 가족들

입력 2014-11-27 00:00
업데이트 2014-11-27 16:16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범대본 철수 이후 정부 지원도 끝…시민 기부 음식재료로 한 끼 식사자비 들여 낚싯배 빌려 타고 사고해역서 민간진상조사 사전준비

수색종료 선언 이후 범정부사고대책본부마저 진도 현지에서 철수하면서 세월호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들은 팽목항에서 힘겹게 홀로서기를 하고있다.
이미지 확대
전국에서 팽목항으로 모이는 온정
전국에서 팽목항으로 모이는 온정 27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수색종료 선언 이후 범정부사고대책본부마저 진도 현지에서 철수하면서 세월호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들은 팽목항에서 힘겹게 홀로서고 있다. 사진은 팽목항 식당 칠판에 전국에서 시민들이 음식재료를 보낸 내역이 빼곡히 적힌 모습.
연합뉴스


27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는 오전 내내 낮게 깔린 안개가 걷히고 겨울 날씨 같지 않게 따사로운 햇살 아래서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한 기다림을 이어가는 실종자 가족들이 황량한 팽목항을 걷고 있었다.

실종자 가족들과 자원봉사자들의 손을 타 이제는 집 고양이처럼 사람을 피하지 않는 떠돌이 고양이 ‘팽목이’를 한번 쓰다듬으며 세월호 실종자 권재근 씨의 형 권오복(59)씨가 임시 거처에서 나왔다.

”요즘 바닷바람이 차가워 숙소 안에서만 지냈다”는 권씨는 “범대본 철수 이후 대책회의도 없고 하릴없이 팽목항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오늘은 그나마 진도군민과 함께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오후에 예정돼 있어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됐다.

권씨처럼 가족들을 찾지 못해 진도를 떠나지 못하는 실종자 가족은 허다윤, 양승진 가족까지 모두 세 가족이다.

여기에 세월호 유가족들이 조를 나눠 매일 팽목항을 함께 지키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이제 3명만 남았다. 이들은 가족들과 함께 매끼 식사를 준비하고, 빨래를 하며 가족 곁을 떠나지 않고 있다.

진도실내체육관은 세월호 사고 관련 인력과 시설이 모두 철수하면서 썰렁한 모습마저 보이고 있었다.

팽목항 가족식당 칠판에는 전국 곳곳에서 음식재료를 보내준 고마운 이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된장 1통, 찹쌀 1되, 밑반찬 등 시민들은 자발적인 기부로 정부의 지원이 끊긴 팽목항에 한 끼 식사가 차려지고 있었다.

식당자원봉사자 박모(45·여)씨는 “시민들이 음식재료를 보내줘서 가족들이 밥 한술 뜰 수 있다”고 고마워했다.

그러나 범대본이 철수하면서 팽목항에 있던 의사와 약사 등 의료인력까지 철수해서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며칠 전에도 자원봉사자 중 한 명이 갑자기 아파 서둘러 승합차를 직접 몰고 병원까지 가야 했다.

전날 민간조사기구 구성을 공식발표한 세월호 가족대책위 유족들은 자비를 털어 낚싯배 한 척을 빌렸다.

사고해역을 살펴보기 위해 동거차도에 들어간다는 유족들은 말은 아꼈지만 민간조사기구 사전준비를 하려는 듯 보였다.

일부 가족들은 민간조사기구 차원에서 선박이나 장비를 구입하는 방안을 논의하며 자문하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는 가족들을 실은 배가 물살을 가르며 사고해역으로 향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